청송 출신 퇴계학파 조수도의 《신당일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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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출신 퇴계학파 조수도의 《신당일록》 출간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4.02.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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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일간 일기, 임진왜란 당시 의병 모집과 군량미 조달 기록도

 

경북 청송의 16세기 퇴계학파 신당(新堂) 조수도(趙守道)의 《신당일록》이 번역 출간됐다. 1588년 1월 28일부터 1592년 9월 28일까지 사이에 178일간의 일들을 일기로 남긴 것인데, 과거를 보기 위해 고향 청송에서 한양으로 아우와 함께 새벽같이 길을 떠나는 장면이 《신당일록》의 시작이다. 하루만 기록한 당일형(當日型), 처음에만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고 다음 날부터는 익일의 형식으로 기록해 나간 익일형(翌日型), 날마다 날짜를 기록한 월일형(月日型), 여러 날을 한꺼번에 축약해서 기록한 축약형(縮約型)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기 외에 시 두 수가 독립적으로 실려 있어 문집을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당일록》은 크게 네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과거와 관련한 일이다. 조수도는 1588년 2월과 1591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과거에 응시했는데, 일기에는 과거를 보기 위해 오간 노정부터 당시 시관과 시제, 과장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당시 과거 제도와 그에 대한 선비들의 관심을 살필 수 있다. 또 가문을 중심으로 한 봉별의 기록은 물론 세모 풍경, 오운·이정·이칭 등 다양한 사람들과 회합하는 장면, 여러 벗들과 술을 마시거나 시를 짓는 모습 등 향촌 사대부로서의 일상사도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어 당대 선비 계층의 새로운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셋째는 조수도가 1592년 2월 3일부터 14일간 도산 서원과 청량산 일대를 유람한 기록이다. 넷째는 임진왜란을 맞아 대응한 기록이다. 1592년 4월 6일부터 23일간은 청송에서의 임란 대응에 대한 기록이고, 1592년 9월 19일부터 11일간의 일기는 전쟁 와중에 함안으로 가 가족의 안부를 살피는 내용이다. 그는 양친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한편, 동생 동도와 형도를 의병으로 보내고 의병 모집과 군량미 조달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관련 사실을 기록했다.

《신당일록》은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을 계승하면서도 개성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과거 노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둔 점, 당대의 생활사 혹은 미시사를 제한적이나마 보여 주고 있는 점, 기축옥사가 일어나는 현장을 이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 등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신당일록》은 2022년 8월 우리 문학사 최초로 지역 고전학 총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던 지만지한국문학(대표이사 박영률)의 2차 지역 고전학 총서 10권 중 하나다. 2월 20일 출간된 이번 총서는 여말 선초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인물들의 작품으로 한시(漢詩)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5언 율시와 7언 절구, 일기와 놀이 기록까지 다양하다. 《경와 시선》 《경봉 시집》 《신당일록》 《예암 시선》 《열상 기행 절구》 《용만분문록》 등 영호남과 경기·강원에서 활동했던 학자들이 지은 작품들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문학의 그늘에 가려 사장돼 있던 영남학, 호남학, 기호학 등 지방 문학의 우수성과 높은 수준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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