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정원
정 재 옥
무대가 사라지더니
꽃이 졌다
아니
꽃이 지더니
무대가 사라졌다
오며 가며
가득한 사람을 보았는데
오며 가며
넘실대는 백일홍을 보았는데
꽃도 사람도 없이
정원에는 정적만 가득
봄엔 보리 이삭 패는 보리 정원
여름이면 백일홍 씨앗
흙과 숨바꼭질하는 씨앗 정원
가을이면 무대와 부스가
날마다 꽃처럼 피어
정원이 몇 명인지 알 수 없어도
둑을 넘을 듯 늘어나는 인원
된서리 몇 번 맞은 어느 날
무대도 백일홍도 지고
꽃밭과 길 사이 발자국만 남아
이야기 자루에 눌러 담는
쓸쓸한 정원
겨울이면
겨울잠 푸르고 달게 자는
청송 정원
[정재옥 시인 약력]
경북 영양 출생
영양문협 회원
경북여성문학 회원
경북문협 회원
시집 『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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