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지는 그 나라의 정치와 철학의 척도(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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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는 그 나라의 정치와 철학의 척도(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3.08.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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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마을 이장이 수차례 알림으로 초복(11일) 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날씨는 궂지만 고마움에 보답해야 한다고 준비를 하는 중 좀 젊은 친구가 방문했다. 청송시니어클럽(874-5600) 소속 직원이다.

반찬과 국을 갖고 온 사연을 설명한다.

독거어르신을 위한 복지차원이고 일주일에 화요일, 목요일 두 차례 배달된다 하였고 빈 그릇은 이렇게 하고 집을 비울 때는 전화를 주십사 하고 상세하게 전하고 시니어클럽 스티커를 잘 보이는 위치에 붙이고 갔다.

그것을 정리하느라 동네 모임에는 못 갔다.

살펴보니 내가 평소에 만든 메뉴보다 내용이 좋았다. 특히 노인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 보충에 배려한 것 같다. 잘 챙겨 놓고 이 사안에 관한 생각에 잠겨 본다.

내 주위에 혼자 사는 몇 친구가 있는데 그 자녀가 순번으로 아버지를 돌보는 사례도 있고 나같이 불규칙하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누가 오든 집안 정리도 하고 함께 채소밭에 풀도 뽑고 수확도 하는 등 주말농장처럼 지내곤 하고 돌아 간다. 함께 만나 대화하고 식사도 함께하며 가족애를 나누는 분위기에서 잠시나마 지내다가 헤어질 때는 무척 마음이 허전한 것이 흠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급속히 대가족 문화가 해체되고 핵가족시대가 왔을 때는 부모세대나 자식세대가 다 같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쌍방의 사생활이 보장되고 자유롭고 부모는 부모의 도리를 하고 자식은 자식도리를 하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핵가족이 정착한 지금 사회적 상황은 예상을 뒤엎고 비극적이다.

고독사, 노숙자, 자살노인, 무연고노인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비록 소득수준이 낮아도 이런 비극적 사회상은 없었다. 기독문화권은 효가 십계명에 있고 유교문화권은 효가 만행의 근본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결과가 오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오랜 세월 지켜온 사회적 윤리와 철학, 나아가 정체성과 자존감을 시대변화에 절충하지 못한 정치문화의 유산이다. 우리의 오랜 세월 가족문화 속에는 반포지효(反哺之孝)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도 어린 시절 부모가 떠먹여 주는 밥을 먹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다. 자라면서 대가족 속에서 그 보답은 부모가 노쇠했을 때 자식이 봉양하는 도리를 배우고 익히면서 자랐다.

핵가족문화에서는 반포지효가 실현 불가한 사회적 문화로 정착되었으니 자식의 봉양을 받지 못하는 많은 노부모의 슬픔이 사회적 병폐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일찍이 산업화에 진입한 서구의 선진국은 인간의 근본윤리인 반포지효를 양육과 봉양을 분리하여 양육은 부모가 하고 봉양은 국가가 사회복지정책으로 흡수시켜 자식들의 의무감을 덜어 주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축했지만, 정치적 빈곤국을 벗어나지 못했고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모든 정책이 철학 빈곤을 초래했다.

북유럽 복지선진국이 우리보다 소득이 높아서 복지 천국이 된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했다. 이는 세금의 누수를 막자는 것이고 국민의 납세의무와 직결된 국가발전의 동력과 직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날마다 언론에 도배하는 부정부패, 불법 정치자금 지뢰밭이 된 현실이 검찰공화국을 융성하게 하는 토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지역 소식에 드문든문 독거 할아버지들에게 반찬을 보냈다는 소식을 봉사자와 물품을 사진으로 홍보된 것을 수차례 접하면서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더 절박한 할아버지들이 많으니 내 차례는 아직 멀고도 멀구나 여겼다. 이제 구순이 되니 차례가 오는가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운 것이 우리 경제가 이 정도의 복지는 벌써 시행하고도 여력이 있는 수준인데 아쉽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청송시니어클럽이 발전과 분발을 응원하고 싶다.

역사는 직진하지 않지만, 반듯이 앞으로 간다.

이 철리(哲理)를 되새기면서 각자의 소임에 충실하면 그 열매는 향기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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