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높은 행복지수가 잉태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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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높은 행복지수가 잉태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3.01.0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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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89세)

 

삼복더위에 그늘이 짙은 느티나무 밑에 거적때기를 깔고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난 시공(時空)의 감성(感性)인데 어느덧 우리 셈법의 구순이 나의 목전에 임박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천시와 핍박에 신음하는 농민과 함께하면서 살겠다고 함성을 토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농촌소멸의 끝자락에 닿아있는 현실에 할 말을 잊고 있다.

반세기 전의 농촌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농촌소멸과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반세기 전에 비해 인구는 30%, 가축(한우)은 10%, 초등학교 아동은 5% 미만으로 감소했지만 물은 1 급수에서 3 급수로 나빠졌다.

농촌노동의 노령화로 농약 의존도가 높아지고 토양오염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면 단위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수년이 지나면 띄엄띄엄 있던 자연부락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부, 여야 어느 정치인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거론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10대 경제국의 자리를 지키고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먹고사는데 걱정 없는 나라(OECD) 중에 노인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명예롭지 못한 일등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국가지도자가 고민해 보았는가?

산업이 급변하고 과학발전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형태와 사고를 과거와 다른 역기능의 형태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대가족형태가 해체될 때 우리의 부모와 자식은 각기의 영역이 있어 편하고 좋다고 환영했었다.

핵가족이 고착화된 이후 날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 고독사, 노숙인, 무연고인, 노인자살이다.

대가족해체는 산업화발전,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그 역기능으로 우리 가족문화의 상실과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천륜을 잃게 되었다.

서구의 복지는 이 문제를 부모가 아이를 키워 민주사회기반을 이룩한 보상으로 국가가 그 부모의 노후를 봉양한다.

우리는 아직 거기에 달하지 못하고 자식도 외면하고 국가도 모른 체하는 지점에서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극복하는 가정도 수없이 많다.

그나마 부부가 함께 서로 의지하고 살다가 배우자가 사별하기라도 하면 고독하고 서러움이 닥쳐와 비극이 올 수도 있다.

독일에는 정부가 농촌소멸을 막는 정책에 투자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에게는 상당한 혜택을 주어 아버지의 경험과 아들의 새로운 기술이 접목하는 사례의 보고도 있다고 한다.

수도권 인구유입 방치는 농촌소멸 위기뿐만 아니라 남북대치의 우리 안보 현실로 볼 때도 크나큰 약점을 만들고 있는 정책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성장과 국민의 만족도에 접근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를 볼 때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정치적 통찰력이다.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도 쉽게 해결될 길이 생기게 되어있다. 균형발전을 철학적으로 보면 360도 회전하는 안구와 같이 어느 쪽도 기울어지지 않게 유지한다는 큰 뜻이 있다.

우리 근대사에서 통찰력이 부족하여 민족의 고통과 슬픈 역사를 안겼던 사건은 대원군의 서구문명을 거부한 쇄국정책이다.

우리가 서구문명을 일찍 받아들였다면 일본에 강점당하는 뼈아픈 민족의 수모도 없었고 지금의 남북대치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 정치의 폐단인 승자독식, 권력집중은 승자만큼의 권리 갖기가 보장되는 현 헌법과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제왕적인 통치자,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인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간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하였지만, 현재의 옷이 몸에 맞지 않아 고통스럽고 짜증스러워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지고 있다.

이제 희망지수가 높아지는 2023년이 성큼 우리를 반긴다.

아무쪼록 통찰력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집단과 정치인이 우후죽순처럼 풍성하게 할 토양을 조성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의 높은 정치의식으로 좌우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협치 하는 타협논리로 명예롭지 못한 일등은 물러가고 명예로운 일등이 우리를 반기는 새해가 되기를 우리 모두 기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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