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인연의 유효기간(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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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인연의 유효기간(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09.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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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1934년생)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1934년생)

 

근간 감명 깊게 읽은 어느 글에 대해 나의 감정을 더 보태어 온 가족이 만나고 오래 못 본 친구랑 친지를 보게 되는 추석 명절에 공유하고 싶어 소개한다.

모든 물건이나 식품은 유효기간이 있듯이 인연도 인생에 있어서 유효기간이 있다는 논리와 좋은 인연을 오래 지속하는 인생살이도 재미있고 공감이 가게 기술한 글이다. 나의 실상을 돌아보니 학창시절 못 보면 병이 나던 친구들이 이제 생사를 모르고 두절 된 지 오래다.

이것이 바로 인연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인가?

지난봄 의사이면서 수필가인 후배 이 박사가 자기 글이 실린 잡지 한 권을 보내왔다. 첫사랑의 여인과 인연이 끊긴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마음속의 유효기간은 연속했다는 글이다.

후배가 50대가 되어 우연히 그 첫사랑의 여인을 다시 만났다.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그 여인이 마음 아파 다시 만날 일정과 장소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그는 가지 않았다. 인연을 되살려 어쩌자는 것인가? 그러나 그 여인의 마음속에는 후배와의 인연이 유효하고 있었다.

세월은 어느덧 후배가 70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쯤 우연하게 그 여인의 친구를 만난다. 반갑게 맞으면서 이 박사를 한번 만나고 싶었다고 하면서 그 여인의 소식을 전한다. 그 여인은 고인이 됐고 생시에 이 박사와 만날 약속을 파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여인도 후배가 고민하듯 인연을 살려 어찌하자는 건가? 그 여인도 그런 고민으로 약속을 파기했던 것을 알고 후배는 그 인연의 유효를 끝내면서 한없이 슬펐다는 이야기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옛말에 옷깃이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 부부의 인연, 친구의 인연 모두가 소중하다. 이 소중한 인연이 자본논리에 의해 유효가 좌우되어 소멸되어 가는 현실을 접할 때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할 수 있나 회의스러울 때가 있다.

유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성서에 나오는 "내 재물이 가는 곳에 내 마음도 간다"는 말과 불가의 "이타(利他)가 이기(利己)이다"고 하는 철학이다.

상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고 나눔이 있으면 인연의 유효기간을 연장시켜 갈 수 있다고 설파한 내용에 공감이 느껴진다.

모처럼 만난 친구, 친지에게 무엇을 나누어 줄 것이 없나 살펴보자. 늙은 호박 한 개를 주면서 거실에 두고 고향 생각 해보라고 청해보자. 얼마나 정겨운가? 이런 일들이 오가면서 인연의 유효는 연장된다.

인연의 연장은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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