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33] 모기說2 (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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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33] 모기說2 (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6.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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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說2/박명호

 

 

타협은 늘 차선이 아니라 최선이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을 은은하게 틀어놓고 나는 한 여름 밤의 달콤한 꿈의 세계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작은 사이렌 소리가 다가왔다. 그 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작아졌다 를 반복하더니 마침내 내 꿈 여행을 중단시켜 버렸다.

곧 지나가거니 했지만 소리는 잠과 교향곡 사이를 넘나들며 내게 강 같은 평화를 깨트리고 있었다. 일어나 불을 켜고 녀석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불을 끄고 누었다. 신세계가 강물처럼 흘러왔다. 이내 녀석의 사이렌이 다시 꿈길을 방해했다. 이번에는 단단한 각오로 일어나 불을 켜고 녀석을 찾다가 –한 마리쯤이야- 무시하기로 하며 누웠다. 그런데 녀석의 소리가 점차 과감하게 얼굴 쪽으로 가까이 왔다. 그제는 무시가 아니라 녀석을 꼭 처단해야 한다는 결의가 생겼다. 녀석의 소리에 집중했다. 녀석은 내 얼굴에 내려 앉아 빨대를 꽂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녀석의 착륙이 감지될 즈음 나는 사정없이 내리쳤다. 빡! 실패였다. 내 볼때기만 얼얼했다. 녀석도 피를 빨지 못했는지 곧이어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녀석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도 생물이니 먹고 살아야 한다. 타협을 생각했다. 맹자의 ‘군자삼락’을 인용한 윤동주의 ‘서시’가 불쑥 튀어나왔다.

 

잠드는 시간까지 /천정을 우러러 한 점 아픔이 없기를

귓가에 우는 앵 소리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죽여야 하는 모기까지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내 피를 빨아 배를 채울 때까지 참고 견뎌야지

오늘 밤에도 모기는 어둠 속에서 내 살갗을 스치운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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