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說/박명호
우리의 숨바꼭질은 계속되었다.
녀석은 집요했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련만 내가 자신을 잔뜩 노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내 피를 빨 기회만 엿보는 것 같았다. 그제는 녀석을 한방에 죽이기 위해 맨 손 대신에 신문지를 말아 쥐고 기다렸다. 유인책으로 한 쪽 다리마저 걷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나타났다. 역시 조심성 많은 녀석은 내 걷은 다리 쪽을 내려앉을 듯 몇 번 반복하더니 이내 책상 다리 안쪽에 앉아서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았다. 그쪽은 신문뭉치로 내려치기가 만만찮았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순간, 걷은 다리 쪽이 아닌 엉뚱한 발등이 따끔했다.
아,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내가 녀석에게 몰입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녀석이 내 걷지 않는 다리 쪽 발등에 앉아 피를 빨아먹고 달아난 것이다. 얼른 책상다리 쪽을 확인했으나 그 사이 녀석마저 보이지 않았다. 하잘것없는 모기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허비한 시간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이 있을 만한 구석진 곳을 향해 말아 쥔 신문지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물론 허탕이었다. 녀석이 그런 화풀이에 당할 리가 없다. 어쩌면 녀석이 내 유인책을 알고 다른 모기로 나를 역 유인했을 수도 있다.
허허실실. 모기의 허점을 노리다 오히려 내가 당하고 말았다.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