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16] OK 목장의 결투 (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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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16] OK 목장의 결투 (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2.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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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목장의 결투/박명호 소설가

 

 

사상 최대의 흥미 있는 결투를 보기 위해 부산의 서면 일대는 수십 만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O여고 야전사령관과 K고교 야전사령관이었다. 이들이 복무하고 있는 학교는 지난 해 치러진 대입수능시험에서 각각 남녀 학교 꼴찌를 했다. 로터리 한가운데에 마련된 결투장에는 심판관인 시장과 교육감을 비롯한 시내 각 기관장들이 내빈석을 채웠고 방송국에서는 헬기까지 동원하여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O여고 사령관은 키가 컸으나 삐삐 말랐고, K고교 사령관은 땅딸하게 옆으로 펑퍼짐했다. 등을 맞대고 서서 시작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둘의 상이한 체구는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쪽에서는 누구의 체구가 총 맞는 데 불리할까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주인공 옆구리에 찬 황금빛 쌍권총은 정오의 햇살에 별나게 빛나고 있었다.

바야흐로 대학입시가 전장(戰場)이 되었다. 고등학교 교장은 야전사령관이 되었고, 즉결처형이 가능한 권총까지 주어졌다. 사람들은 그 쌍권총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사령관은 학교의 중요 행사 때는 물론이요, 교무회의나 심지어 복도 순시할 때도 쌍권총을 차고 다녔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라 실탄이 장전되어 입시전선에 장애가 되면 언제든지 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그 총으로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자신이 쓰러지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졌다.

사실 그 결투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입 수능 시험에 대비해서 해이해진 입시전선 분위기를 일신하고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의회에서 특별히 제정한 것이었다. 정오가 되면 두 사령관은 각각 열 발을 걸어서 상대의 운명에 총알을 박아야 한다.

한국판 OK목장의 결투는 점점 긴장의 정점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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