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심 없는 지도자가 청송의 지도자가 되길...(오치규 안동시 오선생 영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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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심 없는 지도자가 청송의 지도자가 되길...(오치규 안동시 오선생 영어학원 원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2.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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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수 군수님에 대한 추억 -

저는 2017년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귀향했습니다. 시골의 어려운 청소년들의 교육을 돕기 위한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일반인들까지 언제든 와서 영어와 수학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 시스템을 완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예정한 대로 2년 넘게 교육 봉사를 했고 지금은 다시 생업을 위해 안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내려왔을 때 저의 모친은 한동수 군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하려는 일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의 교육 시스템이 잘 운영될지 해봐야 하니 일단 혼자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군의원님 한 분이 도움을 주시겠다고 할 때에도 교육이 잘되어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도움을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내려오자마자 군수님이나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면 이른바 ‘업자’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굽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의 성격 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골의 정서와 일 처리 방식을 모르는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얼마 후 저의 모친은 군수님께서 “둘째 아들이 오자마자 왜 그런 놈들하고 어울리느냐?”라고 묻더라고 저에게 말씀했습니다. 오자마자 우연히 알게 되어 저를 도운 몇몇 분들이 알고 보니 한동수 군수님과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진영에 선 분들이었습니다. 청송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한동수 군수님 3선 선거 때 치열한 대립과 경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청송이 거의 양분이 되었고 그 여파가 아직 사라지지 않을 때였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군수님이 싫어하는 분들과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페이스북에 그대로 공개하고 했으니 그런 말씀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송군장애인연합회 건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그때 이후로 저를 도와주겠다던 교육 관련 공무원은 저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와서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 좁은 청송군장애인연합회 건물에서 공부할 수가 없어 맨바닥에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던 실정이어서 군청에 교실 하나 빌려달라고 했지만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인재양성원 별관이 비어있으니 평일에 와서 사용하라고 했던 공무원도 다른 이유를 대며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제가 청송의 ‘권력관계’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군수님을 찾아가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열심히 교육 봉사를 했고 부남면 마을회관을 빌려 북카페를 만들어 학생들의 공부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1층에는 어린이놀이터가 만들어졌고 개소식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때 저는 한동수 군수님과 처음 대면해 잠깐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2층이 황폐해져 있는데 거기에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기 위한 북카페를 만들려고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드니 화장실이라도 하나 군에서 지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 군수님은 이야기를 찬찬히 들으시고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부남면 소재 '북카페 나눔' 전경 

 

다음날 면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갔더니 군수님이 1500만 원 자금을 내려보내 주셔서 화장실과 입구 비 가림막을 설치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물론 제 건물도 아니고 마을 건물이지만 그때까지도 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으셨을 텐데 꼭 필요한 일에 대해 그런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즉시 일 처리를 해 도움을 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후 저는 사비를 많이 들여 ‘북카페 나눔’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즐겁게 지냈지만 혼자 계속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져 결국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고 한동수 군수님은 불명예스럽게 인생을 마치셨습니다. 저의 책 <삼국지 권력술>은 원래 <삼국지 정치철학>이었는데 정치를 강력히 옹호하며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설파한 책입니다. ‘정치’가 너무 부정적인 면이 있어서 출판사에서 ‘정치철학’이라고 하지 말고 ‘권력술’이라고 하자고 해서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정치가 더럽고 부정적인 것과 얽혀 있지만, 사명을 가지고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라는 내용입니다. 한 군수님은 정치가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전자에 얽혀 그렇게 가셨지만, 후자의 측면에도 충실해 우리 청송을 전 세계에 알리고 청송의 격을 한 단계 높인 분이라 추모합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송의 사람들을 만나 선거에 관해 이야기하면 속이 상할 뿐입니다. 누구는 누구에게 줄을 대고 있고, 누구는 누구를 죽이기 위해 누구를 도우려고 하고 있고, 공천을 위해 누구는 엄청난 돈을 준비하고 있고, 곳곳에 어떤 조직을 어떻게 돌리려 한다는 등 이른바 ‘인맥 선거’, ‘돈 선거’, ‘조직 선거’에 대한 말들이 청송 바닥에 난무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청송은 별로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아이들의 공부를 돕겠다는 저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반대 진영’에 선 것으로 알고 있던 저를 사심 없이 도와주신 한 군수님의 그때의 모습을 청송의 지도자들에게서 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청송이 변해야 합니다.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민선 군수가 청송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지난번 선거 때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프로그램의 1편은 청송군이었습니다. 청송이 또다시 그런 부끄럽고 비극적인 비리에 얽히지 않고 깨끗하고 사심 없는 지도자가 청송의 지도자가 되어 청송 군민들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길 소망합니다.

 

참고 : 상기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

 

안동시 오선생 영어학원 오치규 원장

 

<오치규 원장 소개>

청송군 부남면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정일학원, 종로학원 강사

2017년 가족들과 함께 귀향

오 선생 영어(안동시)학원 원장

저서: <성적역전 몸 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 나게 하라>,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예수님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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