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9] 오감도 烏瞰圖 / 역전불가(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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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9] 오감도 烏瞰圖 / 역전불가(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1.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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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烏瞰圖 / 역전불가 (박명호)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영감은 마당 가운데 널어둔 콩을 자루에 쓸어 담고는

헛간으로 옮기는데 낑낑거린다.

저만치 부엌에서 지켜보던 할망이 혀를 찬다.

“마, 비키보소!”

할망은 낑낑거리는 영감을 엉덩이로 툭 쳐낸다.

그 바람에 영감은 마당에 고꾸라지고 영감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콩자루를 가볍게 들어 헛간으로 옮겨놓는다.

할망 엉덩이에 밀려난 영감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지만 별 수 없다.

요즘 와서 모든 면에서 그렇듯 할망에게 뒤진다.

감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가 딱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러나 까마귀처럼 까먹었던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보, 우리 오줌 멀리 가기 내기하자!”

할망은 같잖다는 듯 영감의 제의에 응했다.

둘은 마당에 줄을 긋고 나란히 섰다.

아니, 선 것은 영감이고 할망은 앉아 자세였다.

“요잇-땅!”

아니나 다를까 영감의 오줌줄기가 할망보다 멀리 날아간다.

영감은 흐뭇해한다. 할망이 옆을 슬쩍 본다.

“손대면 반칙, 잡은 것 놓고!”

손을 놓자 영감의 오줌줄기는 발등 위로 톡톡 떨어진다.

“아, 이것마저...”

감나무 까마귀도 그걸 보고 ‘까욱’ 한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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