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를 버리며
- 김순화 -
신발장 정리를 하다
오래 신지 않은
낡은 구두를 버린다
몇번을 수선해서
더는 수선할수도 없는데
차마 확 버리지 못하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낡은 구두 한 컬레
그 구두를 버리려는데
순간, 내가 무심결에 밟았던
꽃잎과, 낙엽의 상처들이
그 구둣발에 짓밟힌
개미와, 지렁이와, 이름 모를 벌레들의 죽음이
내 기억의 올을 잡고
걸어나온다
문득, 면목이 없다
낡은 구두를 버리며
무심히 밟고 지나쳤던
모든 상처들에
용서를 빈다
<김순화 시인 약력>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효자동) 출생
부남면 구천중 7회 졸업
대구생활문협 회원
시인부락으로 작품활동
청송문협 회원
2021년 경북문단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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