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커다란 거미들이 갈색 물감을 칠합니다
4B 연필로 이랑을 만들고는 고추를 심습니다
만유인력으로는 잡아둘 수가 없어 줄을 뿜어냅니다
우리가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무슨 마찰력 때문인가요
끌리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땅 위에선 모든 것들이 가라앉아 무게를 지니고 있어요
당신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고 있네요
거리를 재는 습관은 거미족의 운명인가 봅니다
줄들이 끊어져 나부낍니다
파라솔이 떠다니는 바다에는 거미들이 자맥질을 하면서 태양이 담긴 붉은 열매들을 건져 올리고 있군요
장유식 시인 약력
1960년 : 경북 영양 출생
1990년~ : 영양군청 공무원
2006년~ : 백두대간, 낙동정맥을 산행하면서 시를 쓰는 중
2018년 : 아내에게 헌정하는 처녀시집 『공터의 꽃』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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