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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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중)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05.0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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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선생님(86세)
배용진 선생님(86세)

 

우리의 고도 성장기라고 보는 80~90년대 사이 우리 모든 국민이 우리 것은 미개한 것이고 빨리 버리고 서구문물을 도입하여 생활화해야 발전된 선진국이 된다고 믿어 왔다.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조상님께 죄책감을 갖기도 하는 사례 몇을 들어보자.

아파트 아래위층 간에 된장, 청국장 냄새로 시비가 벌어지고 김치 냄새가 나면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됨이 두려워 김치 먹기를 조심하던 시절이 그때이다.

된장, 김치를 먹으면 수준이 낮아 보인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서구인이 먹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된장, 김치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좋은 식품(항암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왜냐면 된장, 김치는 우리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의 좋은 먹이가 되고 그 미생물은 면역세포를 강화하는 원천이다.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잡아먹기 때문에(2018년 노벨상 면역 강화) 항암식품이라고 말하게 된 것이라고 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비행기 기내식에 전주비빔밥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해외여행을 한 분은 목격했을 것이다.

성장기에 우리는 온고지신을 냉고지신(冷故知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2000년대 들어서 차츰 알게 되고 김치 먹자! 된장 먹자!

말들이 나왔다.

그쯤 TV 광고에 “우리 것이 최고야”하는 대목이 인기가 있었다.

“우리 것이 세계화야”

일본이 우리를 강점하고 있을 때 우리를 무시하고 멸시할 때 하는 말이 “조센징 닌니쿠 구사이” 조선사람 마늘 냄새 즉 김치 냄새를 흠잡았다.

지금 한국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 보따리에 김치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 김치는 일본 김치보다 월등하다.

왜냐면 우리 토양에서 자란 배추가 일본 배추를 앞지른다. 일본은 화산토양이라 맛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조상님은 열악한 환경에서 후손들의 생존을 이어가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자애한 마음이 깊이 숨어있는데 우리는 냉고지신으로 달음박질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외국에서 두서너 달 머물다 귀국하면 내 집을 못 찾을 정도로 시설 생활용품 등이 변한다.

그뿐인가? 사람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귀신이다. 이 급변화의 시대에서 온고지신이 우리 민족의 굳건한 삶의 지속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후진들이 학습의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의 큰 책무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관습과 전통 문화유산과 삶의 철학 그리고 자연과 친화적 삶의 지혜에서 배워야 할 일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우리는 버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이라도 버린 것을 다시 찾아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개혁과 혁신에 뿌리가 되어야 한다.

배용진 선생님 약력:

1934년 청송 출생, 대구사범의 거쳐 교직에 계시다가 1966년 청송으로 귀농하여 농민운동에 투신, 1984~1988 안동 가톨릭농민회장 역임,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 대구경북 공동의장 역임. 현재는 지속가능한 농업운동 (생명운동)을 하고 있음.

저서: 뿌리가 시드는데 꽃이 피는가 (2002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부르지 마라 (2011년), 행복! 그 중심에 농업이 있다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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