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견)-惡法의 善用과 善法의 惡用(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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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견)-惡法의 善用과 善法의 惡用(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01.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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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이번 개정된 선거법을 두고 정치권은 악법 또는 선법이라며 극한의 대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정당 지지표로 비례의원 배정에 대한 유불리에 있다.

어떤 법도 완벽한 것은 없다. 예를 하나 들면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상대방에서 오는 핸들이 고장 난 차를 발견하고 방어운전으로 옆 차로에 차를 대는 순간 길옆에 쌓아둔 사과 상자를 받아 사과 농민에 손해를 끼쳤다.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고장 난 자동차와 정면충돌로 인명피해를 면할 길이 없었다.

이런 경우 법 조항으로 정확한 답이 없다. 그러나 농민에게 손해를 감수하라고 억지 쓸 수도 없다. 이때 쓰는 카드가 양심과 사회적 통념에 맞게 타협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다.

일본은 서구문물을 받아들이고 법을 선용한 결과 신속히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일본은 그 여파로 세계가 신민지 확장에 광분할 시기에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은 조선반도 미국은 필리핀을 지배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일본이 미국이나 영국을 상대하여 밀약할 수준의 국력을 키운 기간은 불과 16년이다.

아편전쟁(1839~1856)을 지켜본 일본은 충격을 받았다. 서둘러 서구 제도를 도입한 기간을 메이지유신(1889)으로 볼 때 밀약은 1905년이다.

일본은 교육제도, 의회제도, 군사력, 무기 제작기술 등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힘을 어떻게 키웠을까? 학자들은 교육입국(敎育立國)이라고 하고 그 교육이 바로 화(和)의 정신으로 보고 있다. 화는 곧 법의 선용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경제력이 아니라 법의 악용이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선거법이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한가? 아니다.

야당인 한국당만 불리한가? 아니다.

민주당, 한국당 모두가 불리한데 왜 민주당이 앞장서 뭇매를 맞고 있는가? 선거일은 코앞인데 국민이 확실하게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국민의 정치 성향 중 하나가 ‘내 표가 죽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 혹은 정당에 표를 주니 군소정당은 국회에 들어올 수 없다.

정의당은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고자 열심히 하지만 국회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니 국회에서 거대 양당에 끼어 늘 왕따 신세이다.

녹색당은 환경문제에 대해 정책적으로 법을 만들고 기업체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못하게 제어장치를 만들자고 외쳐도 ‘어느 개가 짖나?’ 하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다.

국민의 정당지지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시켜 소외계층의 정치적 요구와 바람을 정치가 담아 보자는 것이다. 소수의 요구도 함께 국회서 논의하자는 것이 개정된 준 연동제의 취지일 것이다.

의회운영이 발전한 서구에서는 녹색당을 많이 진출시켜준다. 환경이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세먼지에 공포감이 있는 것도 그 환경이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성향이나 지역색이 수십 년을 기다려도 변화가 없으니 개혁을 공약한 민주당으로서는 의석이 몇 석 감소하는 일이 생겨도 국민의 뜻을 폭넓게 정치가 수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당도 속내는 울며 겨자 먹는 형국이 아닐까 싶다.

이 법에 독소가 있는가? 우리 정치발전에 기여되는지?

여야가 협상하고 토론하고 할 일이지 무조건 악법으로 몰아 협상에 불응하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이미 선관위에 창당 신고를 했다니 진보가 아니라 퇴보의 형국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18세의 새내기가 참정의 첫 번째이다. 무척 우울할 것 같다.

한국당은 연동제를 악용하여 실패한 나라들의 예를 계속 앞세운다. 이것은 악용을 합리화하겠다는 속내인데 베네수엘라, 알바니아, 레소토 이 나라들의 수준을 국민이 모를 리 없다. 실패 요인이 모두가 한국당과 같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 있었다. 성공한 뉴질랜드 사례는 왜 감출까?

이번 선거에서 법의 악용을 국민이 용납하면 개정된 법은 야당 대표의 말대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법도 악용하면 악법이고 악법도 잘 쓰면 선법이 된다.

우리 현대사에 법의 악용으로 많은 국민이 죄인이 되었다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무죄로 밝혀진 일이 어디 한두 건인가?

국민을 위해 법이 있지 법을 위해 국민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4.15 총선은 우리 정치발전에 비상(飛上)과 낙하(落下)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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