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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삼국지를 읽고 나서
icon 진산서당
icon 2023-06-21 15:56:23  |   icon 조회: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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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8월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특히 반도체 산업 관련 소재, 부품, 장비 수출규제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그 영향력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아예 빠르면 5년 이내로 소멸할 위기를 자초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천한 책 반도체 삼국지.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작년 10월에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가 쓰신 책이죠. 관련해서 우선 몇 구절을 옮겨 적어 보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로 하여금 일본산 반도체 소부장에 대한 대체재 찾기를 가속화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한번 소재나 부품 공급 라인을 정하면 그것에 맞춰 공정 최적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공급 중단은 반도체 공급 라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의 증가로 나타나게 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의 단초를 제공한 공급 중단 원인 제공자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업체에 대해 시행한 일부 품목 수출 규제는 한국 현지의 반도체 업체들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는 반도체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던 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부는 다시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그리고 재수출된 불화수소는 다시 중국 현지의 한국과 미국 반도체 생산 공장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경유의 불화수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 현지 법인은 일본 업체들과 다시 협상을 하거나 중국 현지에서 비슷한 급의 불화수소 생산 시설을 증설해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생산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글로벌 가치사슬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일본 업체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결국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결과적으로 일본 업체들로 돌아 가게 된다.

실례로, 2020년 상반기, 일본의 스텔라케미파, JSR, 스미토모화학 같은 반도체 관련 소부장 산업의 수익률은 전년에 비해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소재 관련 회사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부분이 눈에 띈다.
(중략)
고순도 불화수소가 규제조치에 포함되자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솔브레인, 램테크놀로지, 이엔에프테그놀로지 같은 한국 회사들로 빠르게 스텔라케미파를 대체했고, 이 업체들의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1.5%, 111.1%, 67.4% 상승했다.
(중략)
결국 일본이 노렸던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그 뿌리부터 흔들려고 했던 소부장 산업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신뢰도 저하와 수익률 급감으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반도체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단기에 회복하여 성공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도체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형국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하략)



2018 대법원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당시 아베가 반도체 관련 3개 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을 금지하였지요.

그런데,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일본의 중소 소부장 기업들이 수출 길이 막히자 그 탈출구로 한국 현지 투자나 생산기지 건설을 확대하는 추세였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반도체 관련 기술이나 시장에서 일본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고 나아가 일본을 시장 관계에서 우리에게 종속시킬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더라구요.

종속이란 표현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작년 10월에 나온 책이라 올 3월 윤의 방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예측조차 없었지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윤의 방일에 의해 당장은 반도체 대기업의 숨통을 튀워준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지만, 실상은 우리 스스로 이 좋은 기회를 걷어차 버린 모습이다 해야겠습니다.
일본으로서는 30년 불황으로부터 탈출하여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 되었고, 우리로서는 자승자박의 꼬인 상황을 자초했다고 해야.



계속해서,,,
현 국면 미국의 중국 제재와 관련해서 와닿은 대목 몇 구절을 뽑아 보았습니다.

이 반도체 기술 전쟁의 국면이 어떻게 흘러 가든, 중국이 제재에 맞서 버틸 경우, 다음 세대의 반도체 로드맵은 두 평행 세계가 공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정말로 반도체 기술의 규격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세대가 지날수록 이 차이는 호환이 불가능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거칠게 말하면 철기시대와 석기시대가 공존하는 것과 비슷한 양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즉, 전혀 호환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 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 수십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이미 전 세계의 반도체 산업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고, 이 분업 사슬에 지장이 생기면 글로벌 반도체 수급체계에는 바로 신호가 온다. 대만에서 강진이 발생하여 TSMC의 생산 라인 일부가 일주일간 정지되면 그 타격은 제때 칩을 공급받아야 하는 퀄컴이나 애플, 구글이나 AMD의 계획에 바로 반영되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업체의 생산 라인에 EUV 노광장비를 연간 수백기씩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네덜란드의 ASML이 거의 유일하다.(한 대 1800억으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의 대당 가격과 맞먹거나 비싸며, 보통 생산 라인 하나에는 10 개 이상의 노광장비가 들어간다.)
EUV 역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예외는 아니고, 미국이 27%, 네덜란드 국산이 32%, 유럽국가들이 14%, 일본이 27% 정도로 소부장으로 나누어 공급하고 있다.
이렇듯 아무리 첨단 기술, 첨단 장비라고 해도, 어느 한 나라, 혹은 오는 한 회사가 독점하여 홀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표준을 주도하는 것은 이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의외로 중국과의 반도체 무역 규모가 제일 크지는 않다. 대략 한국, 대만, 일본과의 무역 규모를 합친 정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오히려 아세안과의 반도체 무역 규모가 크며,,,,
그렇지만,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해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아세안이 아니라 사실 중국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주요 반도체 교역국들이 대중국 반도체 교역 규모가 과중할 정도로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대만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그야말로 반도체 교역을 통해 커다란 캐시를 매년 꾸준히 가져다 주는 큰 시장이고 교역 상대인 셈이다........................


이렇게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의 대중국 반도체 교역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무역과 기술 제재를 계속 이어갈 경우,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질서에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대중국 반도체 교역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되었을 경우, 비용은 대략 얼마나 상승할까?
........
사실 글로법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돌 경우,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미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제일 큰 손인 데다가, 가장 큰 무역 규모를 가진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로,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중 간의 갈등 첨예화로 붕괴하는 데까지 가지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만 미국이 주로 노리는 것은 중국 반도체 시장의 고사보다는 중국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및 고부가가치 시장에서의 일인자 등극을 막거나, 적어도 그 시점을 한참 뒤로 미루는 것임은 확실하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분리되면 비용 상승으로 인한 손해 요인이 막심하기 때문에 국산화와 표준 독립으로 얻을 이익과 손해를 냉정하게 비교할 것이다......
다만 중국이 끝까지 대국굴기의 기조를 포기하지 않고 반도체 굴기를 모멘텀으로 삼는다면 독자 노선을 유지할 것이고, 그 정도의 정치적 안정성과 체력이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표준과 로드맵을 자국으로 끌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적어도 한 세대(30년) 이전에는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만약 안정성과 체력이 뒷받침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흐름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대로 중국이 자국의 기술력으로 10년 정도 버티면 어떻게 될까?
반도체 기술의 세대 차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지게 되고, 반도체 기술의 특성상 이제는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그것을 따라잡기 거의 불가능해진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만에 하나 미친 짓을 한다면, 그것은 대만에 대한 강제 무력 합병과 이후 TSMC에 대한 국유기업화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을 미국이 그냥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만약 버티기 게임에서 백기를 든다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국은 마치 미국과의 무한 군비 경쟁에서 밀려 나라가 흔들리게 된 소련처럼 불안정을 겪게 될 것이다............

막상 미국의 제재가 풀리는 시점이 도래한다고 해도 중국 입장에서는 이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기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


앞서 언급한 책 케인즈와 하이에크가 2008년도 책이고, 사람을 위한 경제학은 2013년 책인데 반해, 이 책 반도체 삼국지는 작년 10월에 나온 책으로 최근의 미중 첨단 기술 전쟁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라 할 수 있고, 유튜브 3프로 TV에서도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삼국지를 쓰신 권석준이라는 분은 대단한 듯요. 98학번 정도일 듯한데 그러면. 40대 초반인가요? 유라시아견문을 쓰신 이병한도 78년생이니 마찬가지로 40대 초반이네요.
반도체 삼국지가 2022년도 책이니까 그나마 최근 얘기가 되겠다 싶은데, 이런 젊은 양반들에게 희망을 크게 걸어 봅니다.
이병한은 3년여의 유라시아 여행 동안 매주 금요일에 프레시안에 글을 올렸다 싶은데 매주 이 양반이 올리는 글을 기다리고는 했지요. 이 분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면 무엇을 하실까가 궁금했는데 원광대에 자리 잡길래 옳거니 했지요. 아닌가 아니라 개벽파 선언을 하시고 해방정국에서 천도교청우당에 대한 글도 쓰시고 개벽학당을 열어 젊은 후학을 기르고 다른 백년에 한창 글 올릴 때는 후원금도 내고는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뭐하시는지 몰세요. 인터넷에 그의 글이나 책이 검색이 안되요.
지구학이니 천상자원이니 미래학이니 할 때 열심 쫓아 가며 읽었는데, ㅠㅠ 고민이 깊으신건지 책장사에 만족하시는 건지 답답증으로 헤메시는 건지.
ㅋㅋ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 '세계 이화를 위한 공천하론'을 권장하고 싶구요. 돈이 없어 출판은 몬하고 있는데 ebook으로 라도 내고 싶어요.
온갖 서구 사상이나 이론, 잣대로 진흙탕이 된 우리 배운자들의 시각을 간단 명료하게 바로 잡아 주는 책이죠. 탁월한 통찰력과 방대한 백데이터로 경제사 사상사를 해부해내는 책.
2023-06-21 15: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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