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산물 가격과 농민의 삶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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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농산물 가격과 농민의 삶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1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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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시대이다 아니다 지상에 논쟁이 있다.

분명한 것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이 떨어져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면 제일 먼저 농민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이 소멸로 진입하는 현실에서 평생을 농업과 깊은 관계로 살아온 필자로서 잘못 가고 있는 농업문제를 짚고 농촌을 걱정하는 모든 독자와 공유하고자 기고하는 충정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지금 일본과 우리는 쌍방 모두가 우려하는 수준의 경제적 함정주변을 서성대고 있는 형국이라고들 한다.

일본과 우리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좋은 선린관계로 유지 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음에도 갈등이 쌓이는 것은 한일 모두가 미래를 통찰하는 지도자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풍란에 밀려온 유럽 상선(商船)에 조총을 본 일본이 조총이면 조선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참혹한 종말로 임진왜란은 끝이 났다.

일본은 임란 이후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면 동양을 지배할 수 있다는 야심이 자라났다.

일본은 이 원대한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정쟁(政爭)이 있을 수 없었다. 서구의 근대국가제도를 받아들이고 근대 교육제도로 무장하게 되었다. 이것이 메이지유신이고 청일전쟁, 노일전쟁, 한반도 강점으로 이어졌다. 나라 없는 민족의 통탄할 슬픔, 강제노역의 억울한 희생, 그 가족의 비극, 위안부의 노예적 삶이 모두가 우리 지도자의 통찰력 부족과 혜안 없는 관료, 국가보다 개인 이기적 지도자가 우리 민족을 수백 년 슬프게 살게 될 역사로 밀어 던졌다.

일본에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와 같은 정치인이 있었고 조선에 대원군과 같은 정치인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일관계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언론에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식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믿고 있는 방증(傍證)이다. 비 선출직 권력이 난폭해지면 국민이 일어나 평화적으로 민주적 질서로 바로잡아 가는 높은 민주의식이 바로 민주주의 척도로 평가된다.

홍콩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진행자가 ‘한국시민이여 도와주십시오.’ 라고 외쳤다.

우리가 남의 나라 시위를 어떻게 도운단 말인가?

한국민의 의식을 배우겠다는 함의(含意) 일 것이다.

필자가 장황하게 한일관계의 역사와 현재의 갈등을 지도자의 통찰력과 연관시킨 이유가 봉건사회 산업화 이전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그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절대적 위치에 있었기에 역사적 사실을 전재했지만, 지금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도자의 통찰력이 그 나라 발전에 미치는 비중이 봉건사회에 비준하면 무척 낮다. 그러나 지도자의 통찰과 미래지향적 국민의식이 결합하여 인류의 평화와 더불어 삶에 이바지한다면 국민소득과 관계없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치의식은 앞에서 말했듯이 세계가 놀라고 있지만, 행복의식은 후진국 수준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5천 달러의 부탄왕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행복을 경제성장으로 보는 우리 의식과 환경보전으로 보는 차이가 우리와 부탄이다.

환경보전이 행복과 어떤 관계로 연결되는가?

넓은 의미로는 먹을거리, 공기, 물, 토양, 산야 모두가 환경이다.

농업이 건강하고 제 위치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환경의 80%는 건강하다고 봐야 한다.

유럽국가가 유전자조작(GMO) 농산물을 절대로 수입하지 않는 이유가 먹을거리 오염을 막아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본(돈 경제)이 행복의 한 가닥 조건은 될 수 있지만, 절대조건은 될 수 없다. 유럽국가의 지도자와 국민의식이 이 논리에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의 농업정책을 세심히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건을 생산하면 생산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농촌이 공동화(空洞化)되는 여러 이유 중에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에 비해 낮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낮은가? 아니다. 높은 편이다.

그래서 저가의 수입 농산물에 압도되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생산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농업대국이 규모와 기계화 등으로 생산비를 절감하는 조건들이 있지만

그것이 우리 농업을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벼농사 직불금에 산소를 많이 생산하는 농민의 노고를 첨부한다. 벼는 양질의 산소를 생산하는 식물이다. 옛날 할아버지께서 아침에 논에 갔다 오셔야 아침 식사를 하신다. 산소는 밥맛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보자. 농산물이 싸면 농민을 제외하고는 다들 좋아한다. 왜? 장바구니 부담이 적으니까.

그렇다면 국민의 2~3%인 농민을 국가가 도와주면 모두가 좋아진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직불제이다. 우리는 농민소득의 5% 정도가 정부로부터 직불금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유럽은 약간의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소득의 50~60%를 정부로부터 직불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정부의 엄격한 행정지도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농약, 비료 등 화학적 처리를 정부가 지도하고 이를 위반하면 평생 농업에 종사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은 농업인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은 농민을 존중하고 신뢰한다.

가을 직거래 한마당 축제는 국가적 행사고 그때 일 년 먹을 잼이나 훈제를 마련한다고 한다.

직불제도 나라마다 다양한 것이 너무 부럽다.

스위스의 직불제의 한 예를 소개해보면 산악지대가 많은 스위스는 기계가 갈 수 없는 고지대에 초지를 조성하고 건초를 산 아래로 옮기는 수단이 케이블카 비슷한 시설로 옮기자니 생산비가 많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지대는 직불금이 엄청나게 많아서 농민들이 버리지 않고 생산화한다니 좁은 국토의 이용률을 극대화하는데도 직불제가 이바지하니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농산물가와 농민의 삶을 정리하면 농산물가가 높은 나라는 농민이 어렵고 농업에 자본이 침투하여 농민은 농업노동자로 전락하는 농업사의 사례는 후진국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반대로 농산물가가 낮은 나라는 농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식품의 안전성이 확실하고 농촌의 환경과 경관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선진국을 여행한 모든 분의 소감에 빠지지 않고 그 이야기가 들어간다.

짧게 정리하면 농산물가가 낮은 나라는 농업정책을 잘하는 나라며

농산물가가 높은 나라는 농업정책이 후진국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는 어느 쪽인가?

후진국이고 식품 안전성도 낮고 GMO에 완전 개방국이다.

우리의 건강을 우리 농업정책에 맡길 수 있는가? 필자는 동의하지 못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2000여 년 전에 이미 정의(定義)를 내렸다.

우리 농민이 “생산비 보장하라”고 시위하고 사생결단한다고 될 일인가?

대정부 투쟁이 생산비 보장에서 농민소득 50% 직불금으로! 직불금으로! 하루속히 농업을 보는 의식의 변화가 와야 한다.

농민운동단체는 정보화시대에 맞는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진화적 능동 역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지금 WTO에서 개도국 위치도 아니다. 주곡인 쌀이 무너지게 된 지경에 왔다. 쌀이 무너지면 과일, 채소도 줄줄이 무너지는 것이 우리 농업의 특성이다.

농협, 지자체, 농민이 뭉쳐 중앙정부와 함께 전선(戰線)을 만들어야 한다. 이 위기를 내버려두면 10년이 지나면 황폐한 농촌, 국민의 불안한 삶, 행복지수 제로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배용진 선생님(86세)은 현재 부남면 옥동에서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참고 : 상기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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