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 - 주산지 (박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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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 - 주산지 (박월수)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09.20 1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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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내력

 

       - 박월수-

 

 

주왕산 자락에 매달린 별바위는

오래전 호수 하나 낳았습니다

호수 아래 엎드린 세 겹의 돌바닥은

어떠한 가뭄에도 마른 적 없는

신비의 그릇입니다

 

그 속엔

수백 년째 멱을 감는

왕버들이 삽니다

 

군데군데 물에 베인 상처와

바람에 할퀸 자국 난무한데

연초록 이파리를 매단 늙은 나무는

여전히 눈부십니다

 

물에 빠진 왕버들은

실타래 같은 호흡근을 길러

스스로 숨 쉬는 법을 익혔습니다

짙은 안개의 해작질에도

제 몸을 빗질하는 여유도 품었습니다

 

사람들은

사계 담은 물 거울 속

상처를 지니고도 아름다운

버드나무의 왕을 보며

세상없는 위안을 얻고 돌아갑니다

 

내 마음에도 바닥이 든든한 호수 하나

들이고 싶습니다

어지간한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을

속 깊은 호수에

튼실한 나무 몇 그루 가꾸고 싶습니다

 

우선 마음 호수에 물을 길어줄

별바위 닮은 사람 하나

곁에 두면 좋겠습니다

 

 

박월수 작가
박월수 작가

 

박월수(1966년생) 작가는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달'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청송 문인협회 부회장, 청송 ‘시를 읽자’ 회원으로 청송군 현동면 인지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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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2019-09-20 20:28:07
내고장을사랑하고
자연을 읊어가는 가늘한 긴목
무었을 기다리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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