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36] 우울한 우화 2/비단 개구리 (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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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36] 우울한 우화 2/비단 개구리 (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7.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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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흉하게 생긴 개구리가 있었다.

울퉁불퉁한 얼굴에

몸통은 붉은빛이요 악취가 심해

모든 개구리들은 가까이 하기 싫어했다.

그래서 연못 구석진 곳에서 살았다.

어쩌다가 연못 가운데를 갈려고 하면

다른 개구리로부터 욕을 먹고 쫓겨났다.

연못은 참개구리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개구리끼리 싸움이 일어났다. 억머구리 세력과 머구리 세력들의 싸움이었다. 연못은 꽉꽉 울어대는 참개구리들의 싸움 소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다른 개구리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갔다. 그 틈을 이용하여 그동안 연못 지배의 기회를 엿보던 청개구리들이 들고 일어났다.

참개구리들을 몰아내자!

그들의 구호에 다른 개구리들이 합세했다. 결국 참개구리들이 쫓겨났다. 그리곤 새로이 그 흉하게 생긴 개구리를 지도자로 추대했다. 그들이 모두 무시하는 흉한 개구리를 추대하는 것은 그 개구리를 지도자로 세워놓고 사실은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흉한 개구리가 연못의 왕이 되었다. 청개구리들은 흉한 개구리를 앞세워 연못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연못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했다. 흉한 개구리의 권위도 커지기 시작했다. 개구리들은 흉한 개구리의 붉고 울퉁불퉁한 피부가 멋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흉한개구리를 닮으려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긁어서 매끄러운 피부보다 울퉁불퉁한 피부를 만들었고, 하얀 피부에 붉은 꽃잎을 붙이거나 배에 문지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상처를 내 피를 묻히기도 했다. 상처를 내 문신 같은 흉터를 내는 것이 유행했다.

유행도 잠시였다. 흉한 개구리의 지배가 연못을 숨 막히게 했다. 개구리들의 반어적인 노래가 연못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점점 크게 연못의 파장을 키워갔다.

울퉁불퉁 거친 피부 아름다워라

늘 화난 듯 붉은 배 아름다워라

피부가 고와서 비단개구리

빛깔이 고와서 비단개구리

뒷날 그래서 이름이 비단개구리가 되었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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