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35] 노송령 이야기 (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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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35] 노송령 이야기 (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7.0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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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령 이야기/박명호

 

 

한 스무 해 전 두만강 건너 도문에서 목단강 가는 기차를 탄 적이 있었다. 성경책을 소중하게 가지고 가는 조선족 노인과 마주 앉았다. 노인은 한국에서 온 목사 부흥회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당시 중국이 막 개방을 시작할 즈음이라 내게 한국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는 내가 답변할 때마다 입을 크게 벌리며 연신 감탄을 했다. 특히 200만원이 넘는다는 월급에 가서는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당시 중국의 평균 월급이 우리 돈으로 3-4만원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노인은 불교신자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중’이라고 하며 절이나 불교에도 무척 낯설어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쏟는 내게 많은 것을 전해주려고 애를 썼다. 마침 기차가 노송령에 다다르자 노인은 그에 얽힌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목단강 부근에 살던 조선인 부부가 해방 소식을 듣고 아이를 업고 조선으로 가다가 노송령을 넘었다. 여러 날 굶었다. 고개를 넘다가 날이 어두워 불빛이 보이는 한 집을 찾았다. 그 집은 비적의 집이었다. 비적은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으므로 옥수수 죽으로 대접하고 하루를 묵게 했다. 그리고 여자를 건드렸다. 남자는 알고도 항의하지 못했다. 신변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다음날 길을 떠나자고 하니 여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비적이 그것을 보고 남자에게 총을 들이대며 그냥 가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남자는 아이를 업고 혼자 떠났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허리춤에 돈이 있다고 알려 줬다. 비적이 따라와 돈을 다 빼앗았다. 남자는 처와 돈마저 잃고 가다가 일본군 패잔병을 만나 그 억울한 사정을 말했다. 사연을 들은 패잔병들도 분노했다. 패잔병들은 비적의 집으로 도로가서 마침 비적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집으로 가두고는 불을 질러버렸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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