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젤렌스키의 '함께 하는 정치(Stand With Politics)'(오치규 오선생 영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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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젤렌스키의 '함께 하는 정치(Stand With Politics)'(오치규 오선생 영어학원 원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3.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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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고 말했습니다. 일이 끝난 후에야 그 일의 전체적인 양상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며,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현장의 정치인들이며 철학자나 역사가는 결국 사후적으로 사태를 정리하고 평가할 뿐이라는 말로 저는 이해합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어 진행 중이며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어떤 변화와 운명을 맞게 될지, 전쟁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 푸틴과 젤렌스키는 또 어떤 의미로 역사에 남게 될지 지금 당장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헤겔은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이 막 시작되었을 때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성급한 결정을 내려 화를 자초했다는 말과 강력한 지도자 푸틴이 단시일 내에 전쟁을 끝내고 승리할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은 완강했고 전쟁 현장에 남은 젤렌스키는 저항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강하게 제재하며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초기와 달리 이제는 푸틴의 패배를 점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것이 역사적인 과정이지만 이미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그 지도자 젤렌스키는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한 번도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푸틴의 말과 달리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하나의 국가와 국민으로 일치단결해 러시아에 저항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지도자 젤렌스키가 있습니다.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젤렌스키의 ‘함께 하는 정치(Stand With Politics)’ 때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젤렌스키는 국외로 탈출해 전쟁을 지휘하라는 미국의 권고를 거부했습니다. 수도가 함락되려 하자 돈 가방을 챙겨 도망가다가 헬기에 다 싣지 못해 일부를 활주로에 버리고 도주한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가니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탈레반이 수도로 진격하자 가니 대통령은 가장 먼저 나라와 국민을 버리고 떠났고 러시아의 부호들도 전쟁이 예고되자 국외로 다수 탈출했으며 심지어 푸틴마저 가족과 연인을 도피시켰다는 말이 있는데 반해 포탄이 날아다니는 현장에 남은 젤렌스키와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입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모습은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며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I Stand With Ukraine 사진 (출처 : picjumbo 홈페이지)

 

그들의 정치는 ‘함께 하는 정치’입니다. 젤렌스키는 지금 ‘그의 인민과 함께 하고(Stand with his People)’있으며, 인민들 역시 ‘그들의 지도자와 함께하고 있으며(Stand with their Leader)’ 그래서 세계인들은 지금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겠다(I Stand with Ukraine)’는 구호를 외치며 강대국에 짓밟히고 있는 약소국에 강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사람이다.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은, 또 자식들이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 나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을 뿐”이라 말했습니다. 그 역시 두려움을 가진 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목숨을 걸고 인민들과 함께 전쟁의 현장에 남아 있게 된 것입니다.

지도자(leader)는 앞에 서서 이끄는(lead) 사람이지만 공동체에서 벗어나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과 더불어 있으며(with) 이끄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늘 광화문으로 나오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청와대에 고립되어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도력을 잃게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런 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현장에 인민들과 함께 있는 것은 불편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젤렌스키는 그 불편함과 어려움, 위험을 감수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국민과 세계인들의 지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경호를 이유로 광화문에 나오기를 꺼리는 것은 우리 지도자들이 그런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함께 하는 정치는 크건 작건 모든 공동체의 지도자가 명심해야 할 기본 원칙입니다. 지역이 좁아 사람들을 다 알고 그들의 생각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쉬운 작은 공동체일수록 더욱 ‘함께 하는 정치’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만나야 하고 대화해야 하고 토론해야 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얼굴을 붉히고 고성이 오가고 삿대질을 하고 때로는 멱살이 잡힐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함께 하는 것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지도력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제 전쟁은 막 시작이 되었고 젤렌스키의 ‘함께 하는 정치’도 어디까지 나아갈지 알 수 없습니다. 헤겔의 말대로 아직은 ‘낮’이며 우리는 ‘밤’을 기다려야 합니다. 밤이 오기까지 많은 혼란과 고통, 깊은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젤렌스키가 승자가 될지 푸틴이 승자가 될지 아직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첫 장면에서 장군 막시무스는 병사들에게 ‘나와 함께 싸우자!(Stay with me)’를 외치며 적진으로 돌진합니다. 그런 장군을 둔 병사들, 함께 하는 지도자를 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승패와 무관하게 행복한 공동체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치규 오선생 영어학원 원장

 

<오치규 원장 소개>

청송군 부남면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정일학원, 종로학원 강사

2017년 가족들과 함께 귀향

오 선생 영어(안동시)학원 원장

저서: <성적역전 몸 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 나게 하라>,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예수님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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