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11]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 (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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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11]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 (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2.01.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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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박명호

 

 

그 시절 가설극장이 오면

장터 우시장에 천막을 치기도 전에

확성기를 단 구루마(달구지)가

먼저 골목골목을 누빈다.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00면민 여러분...”

우리는 돈이 없어 영화를 볼 수 없지만

괜스레 들떠서 구루마를 따라다녔다.

심지어 장터를 떠나 십 리 밖 자갈길

뽀얗게 먼지 덮어쓰고도 따라다녔다.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확성기 멘트를 따라했다.

한 명씩 혹은 합창으로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면민여러분>을 따라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면민>이란 것을

뒷날 그것도 한참 뒷날 알았다.

내가 한참 늦게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도대체 그런 벽지 촌사람들에게 <문화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은

누나와 예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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