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짧은 소설3] 메리의 추억(박명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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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짧은 소설3] 메리의 추억(박명호 소설가)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1.11.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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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추억 /박명호

 

 

메리가 미친 듯이 마당을 돌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 마당에 동네 어른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마을 회의를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메리가 미친 듯이 마당을 돌고 있었다.

우리 메리가 왜 저러능교?

나는 동네 어른들에게 물어봤지만, 어른들은 쯧쯧 혀를 찼다. 그날이 마침 복날이었는데 메리를 잡아먹기로 결정을 하자마자 저런다고 했다. 메리는 살려 달라고, 나보고 좀 어떻게 하란 듯이 마당을 돌았다. 나는 메리가 미친 듯이 돌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에 누어 메리를 죽이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나의 애원도 살려달라는 메리의 간절한 마당돌기도 마을 어른들의 입맛 앞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끌려가는 메리를 지켜볼 수 없었다. 아니, 방천으로 끌려가 정말 개 패듯 패는 몽둥이질을 당하는 메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귀를 막았다. 다행히 메리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지만 곧이어 메리 가죽을 그슬리는 메케한 노린내는 여지없이 내 콧구멍을 파고들었다.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때 메리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그렇게 마당을 돌면서도 왜 도망을 치지 않았을까... <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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