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 박명호
소변을 보려하는데 대변이 나와 버린 것을 ‘황당’이라 하고, 대변을 보려하는데 소변이 나오는 것은 ‘당황’이라 한다.
주로 거름에 의지해 농사짓던 시절엔 대변이나 소변은 매우 귀했다. 특히 대변이 소변보다 몇 갑절 더 값을 받았다. 그것은 거름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손이 지나치면 각 집마다 변소에 손님 유치 작전이 치열했다. 당시 시골의 뒷간은 대체로 비만 겨우 피할 정도의 허술하기 그지없는 개방구조로 되어 있어서 옆집 뒷간에 누가 들고 나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어느 약삭빠른 사내가 길손이 옆집 뒷간에 소변보러 가는 것을 보고는 얼른 그 집 뒷간에 들어가서 대변을 보는 채 앉아서 기다리다가 나그네가 다가오자 그래도 체면치레를 한답시고 끙- 하고 힘을 줬다. 그런데 그만 예기치 않던 대변이 나와 버리는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길손은 발길을 돌려 옆 집 뒷간 대신에 자신의 집 뒷간에 가서 소변을 보탰기는 했지만 소변보다 귀한 자신의 대변은 잃고 말았다. 그래서 소변을 탐하다가 대변을 잃어버린 것, 곧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바둑 격언쯤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똥오줌에 관한 웃지 못 할 ‘생활어生活語’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소설가>
<박명호 소설가 약력>
1955년 청송군 현서면 구산동 출생
화목초등학교 44회 졸업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소설/가롯의 창세기 등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 뿔 등
산문집/ 촌놈과 상놈, 만주 일기 등
크리스천신문 신인문예상, 부산 MBC 신인문예상
부산작가상, 부산 소설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