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후보 앞에 농촌은 없다(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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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 후보 앞에 농촌은 없다(배용진 전 가톨릭 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1.07.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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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87세)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87세)

 

20대 대통령 선출을 앞둔 우리 언론은 연일 후보들의 발언이나 기자회견, 상대 후보의 비판 등으로 도배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거나 여론상 거명되는 분이 2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풍년인 모양새이다.

이러한 풍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농촌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없는 현실이 우리 농민을 서글프게 한다.

여야 간 유력 후보자의 철학에 미래란 단어는 공유되고 있다.

미래란 길게는 100년을 넘어가는 시공간을 국가의 기반이 튼튼하게 만들어져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든 정책을 아우르는 의미가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좀 넓힘이 미래의 큰 정책이 될 수 없고 주택문제가 미래를 대표하는 정책이 될 수도 없다. 경제성장이 미래 전부가 될 수도 없다.

지구 상의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우리가 외면할 수 없다.

의사가 환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병을 고치지 못하듯이 정치 지도자가 표를 의식해 미래의 방향을 잘못 지향하면 국가의 장래는 암담하고 국민은 불행의 늪에 빠진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보라. 일본보다 앞서 산업화할 계기가 있었는데 지도자의 미래지향이 잘못되어 그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 있지 않은가?

당면한 중차대한 미래 과제를 열거하면 첫째가 기후위기 극복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둘째가 화석 에너지에서 자연 에너지로 전환 책이다. 셋째가 식량자급도 향상 책이다.

이 셋 문제를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예컨대 전기를 흥청망청 쓰면서 자연에너지 전환이 올 수 없고 석유 자동차를 전기, 수소 자동차 전환 없이 될 수 없다. 무역으로 얻은 외화로 식량을 수입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식량 자급도 향상은 불가하다.

농업의 현황을 조금 수치로 살펴보면 농민이 200~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 미만이다. 식량 자급도는 23%로 쌀은 자급이라고 하지만 고기, 빵이 수입되지 않으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 농업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기후위기로 곡물 잉여 생산국이 위기가 온다면 우리는 옛날 우리 조상의 초근목피 시절보다 더 참혹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TV가 밥이 될 수 없고 냉장고가 빵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이 농업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표가 200만여 표고 대다수 국민이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통령님 농촌 소멸은 막아야 합니다.>라고 청원을 했는데 겨우 1600명이 동의했다. 농업문제 청원에 1000명이 넘는 동의가 흔하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성장에서 농업은 장애물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이 농업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국가 총생산(GDP)에 농업생산이 겨우 2% 정도이니까 경제성장률이 3%만 된다면 농업이 몽땅 망해도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은 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농업문제에 대해 눈감고, 귀 막고, 입 다물 수밖에 다른 방책이 있겠는가?

하지만, 잠시 선진국으로 가보자.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은 농산물은 저렴한데 농민은 잘 산다. 직불금이 농업소득의 50~60%가 된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농민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왜냐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위기, 자연 에너지, 저출산 문제 등 모두가 농민과 관계하고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농촌은 소멸하고 있다. 농업은 게임 놀이하듯이 좌판을 치는 것이 아니고 근육이 찬 젊은 팔다리가 무거운 물체를 들고 내려야 한다. 그러는 동안 자연이 살아나고, 맑은 물이 흐르고, 새가 울고, 풀 냄새 향기가 온 국민을 재충전해 주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유럽의 농업 선진국처럼 농촌에 젊은이가 필요한 만큼 귀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이고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이 아닐까?

정부는 그들에게 노후를 보장하고 그들은 농촌을 생태적인 농업으로 환경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공익 농민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 된 것이다.

우리 경제는 농업 회생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정치인이다. 농업 소멸에 대한 대안과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지도자가 나타나는 국운이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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