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견] 코로나 수감자 500명 청송 이송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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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견] 코로나 수감자 500명 청송 이송 반대합니다!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12.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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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규 작가
오치규 작가

 

서울 동부 구치소 코로나 확진 수감자 500여 명을 청송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해 관리한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청송군민들은 황망할 따름입니다.

더구나 정부가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하며 청송군민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과정 한번 없이 신속하게 결정하고 정작 청송군민들은 언론의 발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번의 사항이 청송군의 '협의'를 구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 단순히 '협조'를 구할 사항이라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청송군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이런 결정이 '어명'이나 '최고 존엄의 지시'처럼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인가요?

청송군수는 이렇게 중대한 일이 발생했지만, 진보면 유지들을 모아 회의를 했을 뿐 군민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견해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군민들의 의견을 더 묻고 군청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데 말입니다. 청송군수는 민선 군수입니까, 임명직 군수입니까?

지금 '청송교도소'는 없습니다. '경북 북부 제2교도소'가 청송에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KBS에서는 '청송교도소'라고 지칭하며 방송을 내어 보내고 있습니다. 흉악범들을 대거 수용한 악명 높은 '청송교도소'의 이미지가 다시 꾸물꾸물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왜 청송이 그간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청송교도소'라는 멍에를 또다시 짊어져야 합니까?

이송이 시작도 되기 전에 '청송교도소' 소식으로 네이버 뉴스는 도배되었고 TV에도 계속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고향 청송으로 귀향한 것을 아는 전국의 지인들이 연락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대규모 환자들을 이송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작전'이 개시되면 교도소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루어 전국에 생중계하겠죠? 왜 우리가 사랑하는 '청정 청송'이 '교도소 청송'에 이어 '코로나 교도소 청송'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합니까?

청송은 서울에서 먼 곳입니다. 종합병원 하나 없는 곳입니다. 위급 환자가 발생하면 안동이나 포항, 대구로 가야 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500명이나 되는 환자들을 대규모로 수용해 어떻게 관리를 하겠다는 말입니까? 경증환자가 위급환자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 근방에 분산 수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식이 아닙니까? 교도소가 청송밖에 없습니까?

청송은 노약자가 많은 곳입니다. 2만 5천 명 인구 중 노인 인구가 9천 명 가까운 곳입니다. 기저 질환이 있는 노약자들에게 코로나가 위험하다는 것은 다 아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도 코로나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곳에 그렇게 많은 환자를 보내려고 하면서 정부는 양해와 설득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정책 집행 방식입니까?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다고 하지만 그 많은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교도관들과 그 가족들, 어쩔 수 없이 접촉해야 하는 외부인들에 대해서 어떤 완벽한 대책이 있는지 그것부터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청송군수는 지역의 교도관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이미 지역 거주 교도관들이 투입되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그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당장 진보면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진보는 안동과 영덕, 영양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통행과 방문이 급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진보면의 인구는 청송읍의 인구보다 천명이 더 많습니다. 진보면이 타격을 입으면 청송군 전체가 휘청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이번의 소동으로 관광과 사과 판매를 주로 하는 청송의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사드 때문에 성주 참외가 큰 타격을 입었고 핵 폐기물장 문제로 부안의 관광이 큰 타격을 입은 것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이미 언론에 이 내용이 도배되어 청송은 흉흉한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야 하지 않나요?

그간 청송은 교도소라는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전개해 왔습니다. 애써 만들어 온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 ''유네스코 지질공원 청송', '산소카페 청송' 등 이런 청정 청송의 이미지는 또다시 '교도소 청송'의 이미지로 뒤덮여 버리게 되었습니다. 한번 덧칠해진 이미지는 개선이 무척 힘들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또 어떤 보상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라는 국가적인 위기를 맞아 청송군민들도 적극 협조를 했습니다. 지난번 소노벨 청송이 코로나 환자 격리 생활시설로 이용될 때에도 해당 지역이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반대의 말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오히려 환자들을 환영하고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일은 그 일의 처리방식이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대규모 이동이 이루어지고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 청송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적어도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청송군을 방문해 청송군민의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총리가 오든지, 법무부 장관이 오든지, 복지부 장관이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비책을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청송군민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언론에 흘려 알렸고 군수는 진보면 유지들과 회의 한번 하고 공식 발표도 하지 않고 그 내용을 군민들에게 흘렸습니다. 청송군민들은 그저 받아들이고 따르면 되는 '졸'입니까?

지금 청송군민들의 분위기는 흉흉합니다. 군청을 지지하는 분들은 군수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전에 회의 내용을 알리고 사태를 무마하려고 앞장서고 있지만 왜 또 청송이냐며 분노를 터뜨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말없이 묵묵히 정부나 지자체의 입장을 수용하는 보수적인 곳이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도관 가족이 군청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고 저에게도 교도소에 근무하는 분들과 진보면에 사는 분들을 비롯해 여러 분이 연락을 해 오고 있습니다. 각종 단톡 방과 SNS에서도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진보면에 사는 한 주부는 당분간 남편이 일하는 대도시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있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일방적이고 잘못된 일 처리 방식으로 이번의 사태는 더 악화할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지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보도하다가 이제는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허탈'해한다는 보도들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청송군민이 호구냐?"는 말이 벌써 나돌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동부 구치소 코로나 확진 수감자 500여 명에 대한 청송 이송 결정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긴급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 근처 구치소나 교도소들로 분산 수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굳이 청송으로 와야 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청송군민들을 설득해 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청송이 당해야 할 유무형의 피해를 어떻게 막을지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해서 대책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납득할 만한 수준의 책임자가 청송으로 내려와 청송군민들을 설득하고 위무해 주기 바랍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말없이 착한 시골 청송 사람들이지만 결코 그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참고 : 상기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

 

 

오치규 선생 약력

청송군 부남면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정일학원 종로학원 강사

2017년부터 가족들과 귀향해 청송에서 교육봉사 및 음식 사업 중

저서: <성적역전 몸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나게 하라>,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예수님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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