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오치규 선생과 함께 읽는 이오덕의 시편 (2) 감나무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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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오치규 선생과 함께 읽는 이오덕의 시편 (2) 감나무 있는 동네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12.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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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이 낳은 문인 교육자 이오덕 선생님의 주옥같은 시편을 오치규 선생과 함께 감상하는 연재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고향을 떠나 객지를 전전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고향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집에서 어린 시절 바라보던 보현산을 늘 그리워했고 고향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죽어서도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향으로 돌아와 묻히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고향을 떠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과 고향의 산천이 떠오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감나무’와 ‘어머니’가 있는 고향을 늘 그리워했습니다.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이오덕 시 ‘감나무 있는 동네’ 중에서)

선생님은 ‘감나무‘가 있는 마을에 ‘어머니‘와 함께 살던 기억을 잊지 못했고 또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감나무가 집 마당에 있는 것은 이오덕 선생님께서 태어나고 자란 청송의 시골 마을에서는 마치 어머니가 늘 집에 있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살았던 고향 집에도 마당 입구에 감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습니다. 저는 큰 감나무에 매달려 놀기도 했고 가을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감을 따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멍멍이가 ‘쥐약’을 주워 먹고 세상을 떠났을 때 묻힐 곳은 당연히 감나무 아래였습니다.

선생님은 ‘감나무’가 있는 ‘조그만 초가’에서 ‘찔레꽃 향기’를 마시며 어머니와 평화롭게 일하며 사는 꿈을 꿨습니다.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 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위의 시 중에서)

선생님은 가을날 주홍빛 감과 단풍 든 잎이 주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위의 시 중에서)

그래서 선생님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노래로 불렀습니다. 선생님의 위대한 점은 ‘불러야 할 노래’가 있을 때 늘 그 노래를 불렀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남의 노래를 따라만 하지 말고 자기의 삶을 통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자기의 노래를 부르라 권면하셨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노래만 부르지 말고 힘들고 슬픈 삶도 노래하라 이끄셨습니다.

선생님은 노래하는 삶의 모범을 보여 주셨고 우리는 선생님께서 부른 노래들을 통해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이오덕'이라는 아름다운 창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됩니다. 고향은 '감나무'와 '어머니'로 대변될 수 있다는 것도 선생님의 이 노래를 통해서입니다.

힘겨운 오늘 우리도 이오덕 선생님께서 ‘감나무’와 ‘어머니’가 있는 ‘조그만 초가’를 그리워하며 행복했던 시절을 노래했듯 우리의 고향을 우리의 노래로 한번 불러보면 어떨까 합니다.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면 잘 아는 노래를 불러봐도 좋을 듯합니다. ‘고향의 봄’ 도 좋고, ‘동무 생각’도 좋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렇게 시작하는 멋진 가요 ‘고향역’도 좋을 듯합니다. 눈을 감고 고요하게 혹은 신나게 한번 불러봅시다!

 

오치규 작가
오치규 작가

 

오치규 선생 약력

청송군 부남면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정일학원 종로학원 강사

2017년부터 가족들과 귀향해 청송에서 교육봉사 및 음식 사업 중

저서: <성적역전 몸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나게 하라>,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예수님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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