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오치규 선생과 함께 읽는 이오덕의 시편 (1)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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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오치규 선생과 함께 읽는 이오덕의 시편 (1) 참새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12.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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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이 낳은 위대한 문인이자 교육자이신 이오덕 선생님의 주옥같은 시편을 오치규 선생과 함께 감상하는 연재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1925년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德溪里)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이름이 '오덕(五德)'이 되었습니다. '5년 덕계리에서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선생님이 태어난 덕계리는 지금도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입니다. 남쪽에는 높은 보현산이 있고 높고 낮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에서 선생님은 태어나고 성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자연을 불편하거나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편안하게 거주하는 '어머니의 품'처럼 여겼습니다.

선생님은 산과 들, 꽃과 나무, 새와 동물들을 사랑으로 가득한 눈으로 봤고 이런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간을 파악했습니다.

선생님은 시골에서 짹짹거리며 소란을 떠는 참새들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봤습니다. 참새들이 이곳저곳에 앉아 짹짹거리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입니다.

 

참새들은

가난한 노점장수

길가에

나뭇가지에

지붕 위에

온통 잡동사니 물건을 펴 놓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이오덕 시 '참새' 중에서)

 

새벽부터 장터에 자리를 잡고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이거 사세요 저거 사세요."라고 외치는 상인들처럼 참새들도 우리들에게 무엇을 사라고 짹짹거리며 외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새들이 파는 것은 상인들이 파는 것과는 다른 물건들입니다.

 

이슬을 사세요 짹짹

풀잎을 사세요 짹짹

나팔꽃을 사세요 짹짹

향긋한 바람을 사세요 짹짹

하늘을 사세요 짹짹

붕어 새끼만한 구름 조각도 사세요 짹짹

(위의 시 중에서)

 

참새들은 이슬이 맺힌 나무가지에서, 풀잎 위에서, 나팔꽃 옆에서, 향긋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며, 구름 아래에서 마치 그것들을 사라는 듯 짹짹거리며 노래합니다. 이 물건들은 정말 특이한 것들입니다.

 

빛을 사세요 네, 짹짹

희망을 사세요 네, 짹짹

평화를 사세요 네, 짹짹

기쁨을 사세요 네, 짹짹

노래를 사세요 네, 짹짹

웃음을 사세요 네, 짹짹

아가의 마음을 사세요 네, 짹짹

(위의 시 중에서)

 

참새가 파는 것은 빛과 희망, 평화와 기쁨, 노래와 웃음, 아가의 마음 등 우리 모두에게 평안과 기쁨을 주는 것들입니다. 참새는 이 좋은 것들을 돈도 받지 않고 누구나 거저 가져가라 외칩니다.

 

마구 헐값으로 팔겠답니다.

도맷값으로 넘긴답니다.

그래도 돈이 없으면

그냥 안고 가랍니다.

어른들도 가져가세요.

아이들도 가져가세요.

강아지도 가져가세요.

송아지도 가져가세요.

고양이도 가져가세요.

아무나 다 가져가세요.

(위의 시 중에서)

 

참새는 우리들에게 이 아름답고 좋은 것을 거저 가지고 가라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짹짹거리고 있지만 우리들은 참새의 전언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다른 것들에 눈이 팔려 그 멋진 것들을 놓쳐버리곤 합니다. 우리는 시장에 가서 부지런히 먹을 것을 사고 입을 것을 사고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지만 정말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참새들은 우리의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 아침부터 부지런히 짹짹거리고 그 말을 알아들은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참새의 착한 마음을 전해줍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하느님의 물건을 팔고 있는

참새들은 언제나

가난뱅이 노점장수.

(위의 시 중에서)

 

참새가 파는 것들은 '인간의 물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물건'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 곁에 거저 널려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지만 그것들에 눈을 감고 헛된 것들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참새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주는 '하나님의 전령'이며 '하나님의 상인'입니다.

짹짹 참새가 울 때마다 참새가 전해주는 '하늘의 선물'에 눈을 돌려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부해질 것입니다. '인간의 물건'에만 매몰되어 허덕이는 삶에서 영원히 메마르지 않는 '하늘의 물건'을 즐길 수 있는 삶으로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비록 참새가 우리가 소중히 기른 벼이삭과 열매를 먹어버릴 때 화가 나지만 그것은 참새가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하늘의 선물에 대한 댓가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전령'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입니다.

 

 

 

오치규 선생 약력

청송군 부남면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정일학원 종로학원 강사

2017년부터 가족들과 귀향해 청송에서 교육봉사 및 음식 사업 중

저서: <성적역전 몸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나게 하라>,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예수님의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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