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송년 2020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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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송년 2020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12.0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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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86세)

 

올해의 달력도 이제 마지막 한 장 남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지구 위 전 인류가 제마다 소회가 다를 수 있지만, 올해는 특히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대전환의 시점이 왔다는 계시적(啓示的) 영감은 다 같이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경험하고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공포와 불안의 한해라고 한들 틀리지 않는다. 평소에 자주 듣지 못한 낱말이 언론을 통하여 반복되면서 이제는 익숙한 낱말로 학습되기도 했다.

평등, 공평, 형평, 사회적 거리두기, 기후위기, ‘뉴 노멀’, ‘위드 코로나’ 같은 외래어에 ‘집콕’ 같은 합성어 수없이 많다.

정치, 균형발전, 공공의료, 복지, 자연과 공존 등에서 대전환의 동력을 얻는데 기본이 되었던 지난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학습한 용어에서 그 벗어나는 길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공평과 형평이다. 대전환 없이 갈 데까지 가자고 한다면 우리는 소멸의 길밖에 없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받쳐 주는 주축 몇 분야의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가) 정치개혁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이 국민의식을 앞서 가는 정치는 없다는 말을 한다.

정치개혁을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한다는 함의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인이 정치개혁을 할 것으로 믿었다. 선거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쳤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이 정치개혁의 출발선임을 국민은 알게 되었다. 개혁의 주체가 국민이 되어야 함도 알게 되었다. 2021년을 맞는 정치인은 권위의식, 특권의식에서 탈출하여 정치를 통하여 국민께 봉사하고 국가를 이롭게 하는 공인으로 봉직한다는 공평과 평등의식의 울타리 안으로 달려와야 한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가 의혹이 되는 것도 공평성, 형평성의 문제이지 위법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장관의 아들이 아니고 취약층의 아들인 경우라도 지방행정을 통하여 군 당국과 유기적 소통으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바로 공평성에 대한 불신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가족들 사업 문제 시비도 의정활동과의 관계에서 이해충돌의 문제이며 이 역시 공평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을 보는 국민으로서 공평과 형평이란 저울대에서 과거이든 현재든 정치개혁이 되었다고 만족감을 국민이 갖게 되었는가? 정치인이 자문해야 한다. 만족하지 못했으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새해를 맞아 개혁의 닻을 올리고 여야의 협치로 가속해야 한다. 여기에 불응하는 정치집단은 소멸하게 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며 명령이다.

나) 균형발전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

한 나라의 인구가 도시 중심으로 쏠리는 것은 균형발전이 되지 못한 나라가 된 현상이다.

일본이 고도성장기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산업시설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일일생활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전철을 거미줄같이 연결해 완화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쏠림을 방치하고 있으니 불행한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먼 혜안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기득권에 밀려 반 토막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에 인구의 반이 집중된 나라가 세계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농촌을 소멸에서 구출하고(공익 농민 기본소득제 도입) 농촌을 공원화하여 지금의 농촌인구 50% 이상 유입시키는 정책을 10개년 계획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방치하면 10년 이내 군 단위 합군 조치가 올 것이고 농촌은 냉기가 가득한 생동감이 없는 국토의 한 분야가 되고 말 것이다.

산업단지를 균형발전책에 맞게 적절히 배치하고 인프라의 전국망을 촘촘히 하여 좁은 국토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10개년 계획이 농촌 회생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 또한 평등성, 공평성, 형평성이 사회 전반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으로 지향되고 있을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 상태를 그대로 두고 어떤 정책도 땜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권이 진정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치개혁이 차질 없이 되어 특권의식 권위의식을 던지면 균형발전의 지름길도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 균형발전은 국토가 아름답고 환경이 살아나고 국민을 건강하게 할 수 있으며 건강수명을 길게 만들어 주는 행복의 토대를 만드는 국가운영의 큰 축이다.

다) 공공의료 정책

의과대학 졸업식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그는 2400여 년 전 그리스의 고대 의학자이며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가 지향하는 의사의 윤리강령이 지금에도 지키는 것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전교 1등 의사보다 전교 10등의 히포크라테스를 원하고 있음을 우리나라 의료인은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와 싸우면서 의료진 보강을 서두르고 있고 의료인이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의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집단휴진을 감행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의사인가? 국민의 등골을 빼내자는 의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인은 우리 사회의 상위 정점에 있는 지성인 집단이다. 우리 사회가 막 가는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이토록 밥그릇을 끌어안고 환자를 볼모로 휴진을 강행한 의료인이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의료인 증강으로 전교 1등이 아닌 10등 의사가 좀 있다고 우리 의료 수준이 추락한다는 논리는 특권의식이 극에 찬 반 히포크라테스 정신이다. 전교 1등 의사 의료진이 수천 명이 있는 이 나라에서 노벨 의학상을 받을 후보자는 왜 보이지 않는가? 무슨 연유인가?

정부가 공공의료정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의료진의 좋은 의견을 보탤 생각은 없고 분탕질이 웬 말인가?

외국의 정책도 참고할 것이다. 북유럽 국가의 정책과 가난한 쿠바의 의료정책도 참고했으면 좋겠다. 농촌 출신 학생을 장학금으로 의사를 양성하여 농촌에서 봉직하는 제도도 생각해 볼 일이다.

농촌 학생이 현실적으로 교육환경이 도시에 뒤져 도시 전교 1등과는 현실적 학력차는 좀 있어도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좋은 학생이 많다.

분명한 것은 의료인이 돈과 기술로 국민을 대하면 국민은 의사가 무섭다.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신뢰를 의사로부터 느끼지 못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한 나라의 미래는 그 나라의 청년을 보라 했다. 현재 의대생의 사고와 집단의식을 볼 때 코로나 전쟁이 종식되면 의료인과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엘리트 의식, 특권의식, 정치화된 의료 집단을 해방해 주어야 국민도 의료인도 행복감을 갖게 된다. 의대 교육의 혁신 없이 우리 의료의 미래도 없다. 일본은 노벨 의학상만 6명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는 의학 교육이 생명을 구하는 교육에서 빗나가 돈 모으는 교육으로 변질한 데서 시작했다. 의대 교육혁신의 새해를 바란다.

라) 복지정책은 하늘에서 내리는 조용한 비와 같은 것

문: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을 100점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몇 점이 될까요?

답: 아무리 후하게 준 다해도 40점을 더 줄 수 없습니다.

문: 어째서 그렇게 박하게 주십니까?

답: 경제규모로 볼 때 북유럽 국가들과 큰 차이 없는 우리는 교육, 육아, 의료, 장애, 노후 어느 것 하나 된 것이 없으니까요.

촛불 혁명 이전과 이후의 서울 행정의 변화를 살펴보면 확 보이게 다른 점이 있다. 이전을 토목 행정이라며 이후는 복지 행정으로 구분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있다. 부분 교체로도 충분한 보도블록을 새로운 무늬로 교체하는 것은 예산의 누수이고 예산 누수는 대부분이 불공정하고 부정부패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나라의 예산 누수율은 부패율과 일치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 시스템 작동의 동력이 평등, 공평, 형평이다.

국민의식이 이와 같은 동력을 지향하는 사회가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도 공평성이 무너지면 성공할 수 없다.

한 예로 스웨덴은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서민과 똑같이 1차 진료의 순서에 응하고 같은 의사의 진단을 받는다. 특권이나 예우 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어느 밭 어느 논이나 똑같은 수량이다. 밭에는 과하니 이랑을 쳐 배수하고 논은 부족하니 버리는 물을 논으로 유입하는 정도의 개인 노력이 요구될 뿐 신분에 따라 물량이 많고 적음이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복지국가의 기본 틀이 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회주의 쿠바에서 배워야 할 점도 공평성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쿠바 수준의 경제력으로는 쿠바와 같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쿠바는 하고 있다. 그 힘이 바로 공평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라고 본다.

쿠바는 그 경제력으로 교육, 의료 모두가 무상이다. 2021년은 공평성의 원년으로 출발하자.

마) 인간도 자연의 일원(一員)

우주 창조에서 보면 식물과 동물을 구분 짓고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 중심적 판단이지 자연 원리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가 98%가 같다고 한다. 인간만이 가진 2%는 진화하고자 하는 DNA이다. 침팬지도 그들만 통하는 언어가 있다. 원시인 시대 인간의 언어와 비슷할 것이다. 그 2%의 DNA가 수백만 년의 세월에 오늘과 같은 세련된 언어 문명을 만들어 놓았다. 침팬지는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의 필요로 살해되고 삶의 터전을 잃고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창조주는 많은 동물에게는 본능을 주어 평화롭게 자연과 함께 살게 하였다. 인간에게는 진화와 지혜를 주어 자연을 자연으로 보존하는데 다른 동물과 함께하도록 컨트롤 직위를 부여했다.

인간은 그 지혜로 월권과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자연은 대로하여 인간에게 수차례 레드카드를 주었는데 인간은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의 자비로 응대하지 않는다. 2020을 보내면서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인간도 자연의 일원임을 성찰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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