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국인 체류자도 환영'…일손 달리는 농가, 오죽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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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국인 체류자도 환영'…일손 달리는 농가, 오죽했으면
  • 조재환
  • 승인 2020.10.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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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수확 중인 농가./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 들어오니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면 불법 체류 노동자라도 고용해야 하는 판국입니다. 원래 외국인 노동자 3명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지금 코로나19로 못 들어오고 있어 고민이 많습니다."

경남에서 시설재배 농사를 짓는 강씨(57)는 농가에서 일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농업인들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와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제때 작물을 가지치기하지 못해 작업이 늦어지면 수확량이 크게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최씨는 "지난해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12명 정도 고용했는데 요즘에는 사람이 없어서 8명밖에 고용하지 못했다"며 "서로 웃돈을 주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7일 취재한 농업인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이 막히면서 일손이 필요한 농가들은 울상이다. 농업인들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도 고용해야 하는 처지라며 최소한 비자 만료로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농축산업 일반외국인력(E-9) 입국자는 지난 8월까지 1131명으로 전체 입국 예정 인원(6400명)의 17.7%에 그쳤다.

농업에 적지 않은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고령화로 농가에는 실제 노동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2세이며 농가 인구는 1995년 485만명에서 2018년 224만명으로 250만명 이상 감소했다.

농가는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메꿔왔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을 포기하거나 몇몇 국가에서는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입국 자체가 어려워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방역강화 대상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은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지만 해당 나라가 의료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제출을 어려워한다"며 "캄보디아 등은 비행편 자체를 중단해 이동을 제한해버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입국한 내외국인들이 의료진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농업인들은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고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구해서라도 인력을 수급하는 실정이다. 기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은 하루 8시간 주 5일 기준 130만원 정도로 최저임금에도 크게 못 미쳤지만 지금은 180만원까지 뛰었다는 후문이다.

한 농업인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입국해 인건비도 저렴한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도 구하기 어려워 임금이 많이 뛰었다더라"고 밝혔다.

정부가 격리 기간 준수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독일은 아스파라거스와 딸기 수확 철인 4~5월 한시적으로 8만명의 해외 노동자의 입국을 허가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입국을 막았다가 아스파라거스 등이 수확되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지자 내놓은 조치다.

최씨는 "인원이 부족하면 일이 밀리면서 신선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확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자를 6개월~1년 정도 연장해줘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비전문 취업(E-9)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체류 기간이 끝났으나 항공편 중단·감축으로 국내에 발이 묶인 외국인 노동자가 농·어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체류 자격을 기타(G-1)로 변경해준 바 있다. 하지만 연장 기간이 최장 3개월에 불과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업인들의 설명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자 기간을 길게 연장해주는 조치가 법령상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내국인 자원봉사나 최장 3개월 비자 변경 등의 조치로 농가에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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