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종록 시인의 詩詩한 세상 읽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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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종록 시인의 詩詩한 세상 읽기 3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07.11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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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사는 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 백중기 화가의 '치악산 자락' 앞에서
서양화가 백중기 作 '치악산 자락'
서양화가 백중기 作 실경산수 '치악산 자락' 570ⅹ190cm Acrylic on Canvas 2020

 

화폭 가득 펼쳐진 치악산 자락은 풍성한 연초록빛 치마 같다. 초록 치마는 그러나 곳곳이 뜯겨나가 붉고 아름다운 속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에게 저지른 개발이라는 이름의 겁탈 흔(劫奪痕).

파헤쳐진 산자락 한 켠에 세워진 네모 반듯한 아파트 단지, 실핏줄처럼 뻗어 나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이편 산 터널과 저편 산 터널을 잇는 고가도로와 그 아래 경작지는 인간이 저지르는 탐욕과 약탈의 실재 현장이다. 그림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사리사욕에 양심이 마비된 고약한 택지개발업자나 부동산업자는 맹지나 다름없는 산비탈을 깎아 조성한 땅을 전망 좋은 투자 제일의 택지랍시고 분양해놓고 줄행랑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에 의한 자연 약탈도 모자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약탈은 더 끔찍하다. 증오와 멸시와 차별과 자기만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어찌 되었던 인간과 자연은 공생관계임에도 최근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빙붕(氷棚)과 대홍수, 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괴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협은 극에 달한 인간의 약탈행위에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가이아의 분노에 찬 반격이 분명해 보인다.

대자연은 –대지의 여신-은 오만한 인간으로 인해 무너진 생태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까지 기고만장해온 인간들에게 엿 좀 먹어보라면서 판도라의 상자처럼 멋진 선물을 보내주었는데, 다름 아닌 코로나19다.

발생 7개월 만에 185개국에서 확진자가 12,154,006명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사망자는 551,765 명이다.(2020.07.10. 기준). 그리고는 멈출 기세도 없이 더 맹렬하게 인간을 전염시킨다. 이만하면 가히 인간의 천적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지독히도 불유쾌한 그리고 전전긍긍하는 현재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제에 희망을 가질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또 다른 국가 간의 차별과 인종 간의 증오를 불려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살육함으로 문명을,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생태 때문이다.

천지 불인(天地不仁)이라는 노자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저녁이다. 장마철. 200mm 물 폭탄이 쏟아져 남쪽 지방 곳곳이 물난리를 겪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장마가 북상하면 여기도 온전치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던 누군가는 계속 살아가리라.

 

<치악산 자락>을 보며 오래된 시 하나 올린다.

 

다시 봄, 넋

 

이마를 짓밟더니 옆구리를 걷어찬다

공포가 일렁이는 눈동자를 뽑아버리고

벌어진 잎을 틀어막는다 목을 꺾는다

헹가레 치듯 허공 높이 들어 올렸다가

가파른 골짜기에 처넣는다

산이 허물어진 자리

없던 허공 하나가 환장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울창하던 계곡은 평지로 변했다

네 채의 건물이 평지 아래 40미터 깊이에 묻혔고

실종자 명단에 하나의 이름이 추가된다

우공이산은 고전의 지문에나 나오는 단어

무저갱의 깊이를 지폐의 위력이 묻어버린다

생은 그렇게 엎질러진다

묵묵한 막에는 막간의 틈이 있다

사라졌던 물길이 다시 나타나고

숨죽였던 바람이 다시 출렁이고

하늘 모서리에 찢어진 노을이 걸리는 것도

틈 때문이다 틈 속으로

떨어지는 낙엽은 흙이 되고 봄눈이 녹아 스며들고

오래 잠들었던 전생의 넋도 이생으로 건너오려고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

청설모는 오줌 갈기고 나무를 오르고

뻐꾸기도 날아가며 물찌똥 투하한다

허공을 부유하던 씨앗 하나가 날아와 뿌리내리면

새 몸을 입기 위해 분주해지는 넋

저기 봐요 분홍색 꽃 예뻐요

바위틈에 아기 진달래 피었네

꺾어드릴까?

지대 메고 앞서 걷던 젊은 스님 헤벌쭉 돌아보며

수작질하는 봄

 

 

심종록 시인
심종록 시인

심종록 시인

경남 거제 출생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장편소설 『모리티우스를 찾아서』

시집 『는개 내리는 이른 새벽』

시집 『쾌락의 분신 자살자들』

전자시집 『빛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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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2020-07-23 20:16:47
말도 안되는 자연파괴 행태가 지금 청송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민 반대는 안중에 없는 위정자들의 횡포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고 주민들의 의식이 선진화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부조리로 얼룩진 과거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청송의 현실이 다름 아닌 지옥입니다.
이런 사실에 대한 고발 조차도 불순분자, 혹은 빨갱이로 몰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
떡고물 때문에. 이런 분들을 숙주로 삼아 군수와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을 챙기고 또
무능력함을 숨기곤 합니다.
결국 주민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오지 청송이 아니라 자폐적 사고로 고립되는 오지가 되겠지요.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싸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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