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인도 시속(時俗)을 따라야 (배용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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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인도 시속(時俗)을 따라야 (배용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06.0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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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86세)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86세)

 

나의 장년기에 어르신 옆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그때 별로 의미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흘려버린 일들이 노령기에 접어들면서 그때 그 이야기에 대하여 알고 싶어 진다.

나이 깊어지면 철학자가 된다는 것이 그래서인가?

그 시절 어르신의 예언적 대화 몇 구절을 정리하고자 한다.

“효(孝)가 따로 있나? 함께 살면 효지”, “지 나무 지가 하고 내 나무 내가 하면서 살지 않으면 다행이지."

지금 세대에 효라는 개념이 얼마나 변질될 것인지 예언을 했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6.25 때 미국 종군기자가 쓴 기사를 소개한다.

한국군 전사 통지서를 받은 부모가 졸도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기록했다. 종군기자는 한국은 가난했기에 자식들을 키울 때 엄마는 굶으면서도 먹을 것이 생기면 자식들을 챙겼다. 그런 감성(感性)이 쌓인 관계로 설명한 대목이 있다.

농촌이 붕괴되니 부모와 함께 사는 모델이 없어지고 늙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부담되는 현실이다.

아직 노인복지가 그 안전망을 이룩하지 못함이 현실이다.

포스트 코로나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일목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철칙이 만고불변의 진리에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계인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어렵게 버티고 있는데 하늘빛이 맑아졌고 숨 쉬는 공기가 좋아졌다는 보도가 있다.

성인이 시속(時俗)을 따른다는 의미를 두 갈래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시속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라는 것.

둘은 시속을 자연 원리와 일치하도록 개도 해야 한다는 암시적 철학일 수도 있다.

시속(時俗), 세속(世俗)의 넓은 뜻은 섭리(攝理)를 아우른 속에 묶여있다.

조물주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뭇 생명을 만들 때 기능과 생존조건을 달리했다는 것을 현대인은 고뇌해야 한다.

동물들에게는 생존수단이 90%가 본능적이다. 환경이 생존에 위협이 되면 그곳을 떠난다. 지혜의 판단을 내려서 가 아니다.

소가 독초를 구분하는 것은 어떤 지혜가 가리는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라 본능에 따라 독초를 피해 간다.

인간에게는 조물주가 본능을 주지 않고 지혜를 주었다. 그 지혜가 오늘의 문명사회로 발전시켜 왔다.

그 지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모든 생명(동식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더 빈번하게 창궐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는 두 번째 뜻이 이 시대를 예언했지 않나 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지혜를 공생의 원리에 이바지해야 함이 조물주의 뜻인데 모든 지혜를 만물을 지배하려고 파괴하고 살상해 왔다.

가족이란 개념도 급변하면서 혼란스럽다.

농촌의 반이 '혼 삶(독고)'이다. 도시도 혼 삶이 늘어간다고 한다.

학원이 멀다고 따로 혼 삶을 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맞게 혼 삶에 편하고 간편한 식품이 마트에 즐비하다.

가족의 온기와 감성의 정서가 나누어지는 가정이 점점 사라져 간다.

바로 경쟁사회가 가정마저 분해해나가는 단계에 왔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통하여 경쟁을 완화함으로써 삶에 여유를 찾는 정책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의 책무가 아닐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함에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정책은 그린 뉴딜이 내포되었다고 했다.

기후 위기는 코로나 1000배의 위협이 된다고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정책이나 석유연료 줄이는 정책은 우리 경제 회복 측면이나 일자리 늘리는 데 필수적이다.

사업내용을 보면 친환경 자동차, 건물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정치인, 학자, 전문인 그 어느 쪽도 농업을 친환경 정책으로 전환해서 농업을 회생시키고 지역균형 발전, 환경 보전으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자는 주장은 없다.

왜냐하면 농업이 GDP에 미치는 수치가 불과 1~2%에 머무니 농업이 몽땅 망해도 국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될 위험은 크지 않다.

농촌에 뿌리는 비료, 농약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미세먼지를 통하여 국민건강을 저하해 투입되는 의료 부담과 고통을 걱정하거나 건강 수명이 길어지지 않는 통계에 우려하는 정치 지도자가 별로 없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계 제일 강국(경제, 군사, 과학, 우주공학, 노벨상의 대국)인 미국이 코로나19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자연 섭리의 위력은 인간의 지혜로 막지 못한다.

속세에 따라가면서 배우고 깨우침이 없으면 멀지 않아 절벽에 닿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각계 지도자가 깊은 고뇌로 모아진 지혜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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