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온고지신(溫故知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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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온고지신(溫故知新) (하)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05.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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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안동 가톨릭농민회장
배용진 전 안동 가톨릭농민회장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효(孝)를 삶의 높은 가치로 받들고 살아왔다.

효의 사전적 풀이가 부모를 봉양하고 마음 편히 모심이다. 우리 조상은 부모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삼 년 시묘(侍墓)살이를 할 정도로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음을 도덕적 기준으로 삼아 왔다.

산업화, 정보화 사회로 발전하면서 혈연공동체가 무너지고 부모·형제 간의 만남이 일 년에 한두 번이 되는 경우도 생기고 아주 가까운 친척이라도 일 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도 키워준 어미의 공을 갚는다.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곱새겨 볼 일이다. 새끼 까마귀는 다 자라면 자기를 키워준 어미에게 자신을 키워준 일 수 만큼 앉혀 놓고 봉양한다. 이것을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한다.

요즘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자주 전화로 문안을 하고 있다. 반포지효가 전파지효(電波之孝)로 대신하는 시대이다. 전화로 손자를 만나고 웃음을 주고받는다. 그마저 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외로운 부모들이 수두룩하다.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라니 한 번쯤 짚어봐야 한다. 가난일까? 외로움일까? 서러움일까? 질병일까?

현재의 우리 복지가 천국은 아니지만, 가난과 질병으로 자살을 할 지경은 아니다.

왜 외롭고 서러운가? 지금 노인 세대가 자식을 키울 때 뼈가 일그러지도록 노력했고 희생해 왔다. 저 농산물가 정책에 저 노임정책(수출확대 정책)을 견뎌내고 이 나라 경제도약을 위해 밑바닥에서 희생한 세대이다.

이 세대가 자식들의 보살핌이 없고 국가의 안전망이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애타게 상소한 삼농정책*을 우리는 버리고 있지만 중국은 소중히 받들어 시행하고, 독일은 부모와 자식이 한 지붕 밑에서 살게 하는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면 부모 봉양은 좋은 안전망 정책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삼농정책이나 독일의 부모와 함께하는 제도가 모두 농촌을 기반하고 농촌을 건강하게 하는 정책이다. 농촌을 건재하게 한다는 것은 국가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현실을 보면 우리는 희망이 없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농촌이 소멸단계에 진입한지 오래다. 앞으로 10년이면 많은 농촌마을이 소멸한다. 합계출산율이 0.98%가 농촌이 무너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농촌이 건강하게 존립해야 우리의 전통문화(음식문화, 놀이문화, 공감정서 등), 관습과 소중한 정신문화가 보존되고 계승될 수 있다.

우리문화에 매혹되어 외국 유학생이 늘고 있는 뉴스는 우리를 온고지신의 마음가짐을 더해 주고 있다.

 

*삼농정책 :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농(上農)을 의미하는 것으로 편농은 농사를 편히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후농은 정부가 각종 정책을 펼쳐 수지맞는 농사가 되도록 하는 것, 상농은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적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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