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견) 국 뽕*에 취한 나, 비정상인가요? (강미숙 프리랜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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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견) 국 뽕*에 취한 나, 비정상인가요? (강미숙 프리랜서 강사)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03.11 06: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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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국정 TV에서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브리핑하는 코로나 19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젊어서는 나의 투표가 매번 사표가 되니 한 번만이라도 살아남으면 소원이 없겠다 했는데 살다 살다 정부의 기자회견 생중계까지 보게 되다니 기자회견 끝나고 남편과 이심전심 국 뽕에 취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한국 방역 당국은 일부 국가를 원천 차단하라는 일부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와 민주주의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감염병에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여기까지 왔다. 한국이 감염병에 대처해온 모델이 각국에서 유의미하게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의 방역 책임자의 모두발언과 함께 진단능력, 코로나 19 확진자 추이와 지역별, 연령별, 사망자 현황 등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와 여러 가지 유의미한 포인트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짚었다.

기자들은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는데 이렇게 일찍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 치사율이 매우 낮은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드라이브 스루 설치현황은 어떻게 되나,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데 개인정보 보호와 상충하는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느냐, 아파트 코호트가 인권침해 소지는 없나, 외국인 확진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 중국에 대한 입국 차단을 하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등등

- 중국에서 작년 말 처음으로 환자 발생 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해왔는데 중국에서 염기서열을 공개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혈액을 확보,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하루 최대 1만 5천 명을 진단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메르스를 겪으며 법과 제도를 보완한 덕분이었다.

- 한국은 교류를 차단하지 않는다는 WHO의 권고를 따르고 있으나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나라가 100여 개국인데 한국은 선제적으로 경증환자까지 분류하고 있으므로 과도한 입국 금지나 교류 차단은 각국이 재고하길 권고한다.

-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경우 IT강국인 한국은 초기부터 자가진단 앱을 깔게 하여 하루에 2회씩 체크함으로써 방역 당국의 통제하에 있었다.

- 한국은 시민의식이 매우 성숙한 나라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효과를 보고 있다. 신천지라는 특정 집단으로 인해 확진자는 급증했지만, 일부 좀 더 보완해야 하지만 확인된 신도들은 철저하게 방역 당국의 통제하에 잘 관리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자세하고도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외교부 차관을 비롯한 우리 공무원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져 "이게 국가다"했다. 어제 기자회견은 각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국 코로나 19 대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실상은 자랑하는 자리 나 다름없었다.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한 브리핑은 주로 북한 관련 이슈였던 걸 기억하면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격상되었는가 싶어 뿌듯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국민에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여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자발적 협조를 끌어내고 하루 만 명 이상 진단할 수 있는 능력과 전국민적인 의료시스템 있는 나라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런데도 한국인을 입국 제한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한국인이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아~ 하는 느낌이랄까.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은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으로 개장 4분 만에 다우지수가 폭락했으며 이탈리아는 북부 봉쇄안이 유출되면서 주민들의 탈출 러시로 아수라장이었고 이란은 고위공직자들까지 감염되어 국가비상사태다. 프랑스 마크롱은 감염병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사실상 무대 책임을 실토했다. 스페인은 하루 만에 확진자가 두 배로 늘고 일본은 진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아베의 독단으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했다. 말 그대로 글로벌 패닉이다. 하지만 세계인들에게는 지난 2~3개월간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걸어온 한국이 만들어놓은 정교하고 창의적인 프로세스가 있다. 이미 미국과 독일은 한국에서 벤치마킹한 드라이브 스루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여러 나라에서 진단키트 수출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문득 방역 당국이 31번 환자로부터 신천지라는 커튼을 찾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오싹하다. 무더기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당황했지만 31번의 역학조사가 치밀했기에 수천 명 안에서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본다. 신천지와의 고리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탈리아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역학조사관이 누군지 몰라도 미심쩍은 점을 끝까지 추적한 공무원에게 훈장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일 제대로 안 한다고 공무원 욕을 많이 하지만 결국 공무원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관건임을 확인시켜준 사례다.

숨어있는 신천지 클러스트가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비정상들이 있는지 홍수에 떠내려온 쓰레기처럼 다 드러났다. 특히 한국의 언론은 전혀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걸 세계에서 몰려든 외신기자들이 직접 확인했다. 아직도 중국인 입국 차단을 외치는 자들이 일본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 불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것을 짚지도 않는 이들에게 언론인이라는 타이틀은 모욕적이다. 초기에 현대자동차 중국 부품공장의 정상화를 돕기 위해 마스크를 보낸 것을 두고 중국 바라기라는 둥 중국 사대라는 둥 떠들어댔던 사람들을, 전 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마스크 생산 1위임에도 불안심리를 조장하여 마스크 대란을 일으킨 자들에게는 기레기라는 말도 아깝다.

부산의 한 인문학 모임이 성금을 걷어 보낸 3백 장의 마스크는 20만 장의 의료용품으로 돌아왔고 많은 나라들이 중국 입국 차단과 같은 조치를 취할 때 우한과 후베이 성을 제외하면 교류를 차단하지 않고 지자체별로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보내며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한국에게 중국은 대국답게 통 크게 화답하고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감사를 표했던 중국이 막대한 양의 마스크와 방호복을 보내고 한국에 마스크 수출을 하는 등 적극 돕겠다고 한다. 그렇다. 사람 관계도 그렇지만 국가 간의 관계도 이렇게 주고받는 것이다. 옛말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했는데 요즘 한중관계가 딱 그러하지 않은가.

주말에 강변에 나가보니 캠핑하는 가족들, 음식을 나눠 가지는 친구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야외활동이니 마스크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사람들의 부주의가 아니라 주의 속에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아 나도 한결 가슴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린다. 주의는 하되 마음만은 움츠러들지 말고 기지개를 켰으면 좋겠다. 여전히 곳곳에 과제와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우리는 지금 단군 이래 최대로 국격이 높아진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 않은가. 자부심은 면역력 향상에도 최고다.

*국 뽕 :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로 진짜 애국자와 대변되는 일종의 비뚤어진 애국심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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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이 2020-07-21 14:36:43
멋진 선생님 페이스북 글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완존 좋은 글입니다. 지극히 정상입니다. 국격있는 대한민국에 살아서 행복한 밝은이올림~^^

국뽕 2020-03-12 01:22:59
지극히 비정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