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 씻기가 수행이다. (홍병득 박사, 전 포스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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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 씻기가 수행이다. (홍병득 박사, 전 포스코 연구원)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20.02.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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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신입사원 시절, 연구소 부소장님과 화장실에서 나란히 서서 볼일을 보는 어색한 순간이 있었다.

볼일 보고 화장실을 나가려는 순간

부소장 : 자네, 손도 안 씻고 나가나?

나 : (어 ~~ 안 묻었는데...) 예.. 씻어야죠.

부소장님과 그 후로 몇 번이나 화장실에서 만났고, 만날 때만 손을 씻었다.

뒤에 알았다.

화장실에서 손 씻는 게 꼭 오줌이 묻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어서, 손 씻기가 가능해서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감기의 대부분은, 오염된 손으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만지는 데서부터 온다.

하루에 몇 번씩은 손을 씻어줘야 위생적이라는 것,

좋은 것을 설득력 있게 배우는 것은 꼭 책을 통해서다.

헝가리 출신 의사 제멜바이스가 근무하던 비엔나의 병원 병동에서 임산부들의 3분의 1이 출산 후 산욕열로 죽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산파의 도움으로 출산할 때는 사망률이 5%인데, 부자들이 오는 병원은 30%를 훌쩍 넘었다. 출산하러 병원에 오는 임산부들은 목숨을 걸고 아기를 낳았다.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근무하는 1 병동은 산파들이 근무하는 2 병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그런데 1 병동의 사망률이 방학 때는 2 병동과 거의 비슷하게 뚝 떨어졌다.

방학 때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시체해부 실습을 하지 않아서라고 가정했다. 시체에서 오염된 의사들의 손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선, 손 씻기를 주장했다. 제멜바이스는 동료로부터 의사들의 권위를 무시하는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몇 년 뒤, 그는 동료 의사들의 미움을 받아서, 해고되었다.

 

진리는 3단계를 통해서 습득된다.

1. 비웃는다.

2. 격렬히 저항한다.

3. 마치 예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자명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냥, 손 씻어.. 하지 말고, 이런 스토리를 들려줘야 설득력이 있다.

불교에서 열반에 이르는 수행방법이 8 정도(八正道)이다.

정견(正見) : 바르게 보기

정사유(正思惟) · 정사(正思) : 바르게 생각하기

정어(正語) : 바르게 말하기

정업(正業) : 바르게 행동하기

정명(正命) : 바르게 생활하기

정정진(正精進) · 정근(正勤) : 바르게 정진하기

정념(正念) : 바르게 깨어 있기

정정(正定) : 바르게 삼매(집중)하기

 

몰라서 수행을 못 하고,

알아도 실천하지 않아서, 수행을 안 한다.

바르게 생각하는 것을 가장 방해하는 것이 신문이고 방송이다. 전후 맥락은 싹둑 잘라먹고 자기들 편한 대로 악마의 편집을 해댄다.

똑똑하지만 사악한 언론이,

세상을 바르게 보고(正見), 바른 생각(正思)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사악한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이 수행이다.

그래도, 바르게 생활하기(正命)의 가장 쉬운 항목부터 하자.

손 씻기가 수행이다.

 

홍병득 박사
홍병득 박사

 

 

홍병득 박사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부산대 대학원 공학박사

전 POSCO 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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