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빨래
앞들 논에 얼음 꽁꽁 언 날
마당을 가로 지른 빨랫줄에 옷을 널면
쩍쩍 손에 달라붙던 섬유의 촉감은
까칠한 시어머니였다
널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침 잠 갓 깨어난 아이처럼
선잠 취해 기지개 켜는 빨래들
며칠 햇살 받으면서
황태도 아닌데 얼고 녹기를 반복
보들보들해졌다가도
저녁 어스름 내리면
다시 팔 다리 뻗고 굳어졌다
그런 날은 엄마가
그 뻐덕뻐덕한 빨래를 걷어
안방 윗목에 줄 세워 놓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꼭 구운 국수 꼬리 같아
슬며시 눌러보곤 했다
방안 공기를 들이 마신 옷가지들이
서로의 몸에 기댄 채 노글노글해지면
저녁을 먹고 나서 탁탁 털어 개키면
엄마의 구덕구덕한 삶이
초저녁 잠 불러들인 아랫목처럼 따스해졌다
정재옥 시인
1967년 영양군 출생
1990년 시 동인지 '영원' 회원
1990년 마로니에 전국여성 백일장 시 부문 장원
2018년 경북여성신문상
2018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부문 은상
2018년 시집 '달맞이꽃' 출판
현재 청송읍에서 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독서토론 논술강사, 시낭독 모임 '시를 읽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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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겨울빨래 건조는 자연건조라서
겨울에는 어느집이나 다 볼수있는 풍경이지요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