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견) - 태극기 부대는 정치적 집단이 아니다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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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견) - 태극기 부대는 정치적 집단이 아니다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12.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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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태극기 부대 뉴스가 지면을 덮고 있다.

특히 국회의사당 난입을 두고 정치적 공방도 극심하다.

태극기 부대의 발생지는 어버이연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버이연합은 노인층으로 구성된 보수단체이다.

후원세력도 있고 노인층이 박수를 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단단하게 정신적 무장을 갖춘 조직이다.

이 조직의 교육 한 구절을 소개하면 이렇다.

“오늘 우리가 잘 사는 것은 어르신들 덕택이다. 어려운 시절 어르신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을 교육시키고 산업화에 투신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는데 어르신들께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 이 모두가 좌파의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자 다시 뭉쳐진 것이 태극기 부대이고 이 세력 배후에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이 있다. 얼핏 보면 정치적인 것 같지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자본화 사회로 급변하면서 사회 안전망은 허술하고 노인들이 올데갈데없는 처지에 놓였는데 어버이연합의 교육, 사회적 냉대,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음 등으로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광신도와 같이 미치게 하고 폭발하게 한 산물이 태극기 부대이다.

반면에 촛불광장에 모인 수많은 군중은 젊은 세대가 많다.

그래서 젊은 놈은 모두 좌파로 보니 기자도 나쁜 놈, 좌파로 몰아 욕하고 고성을 지른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모님이 사회적, 가정적 보호를 받은 것만은 아니다. 현대의 효(孝)를 정리하면 전파(電波) 효(전화 자주 한다.) 계좌(計座) 효(용돈 잊지 않고 통장에 넣는다.) 양로(養老) 효(노쇠하면 시설에 모신다.)이다.

이런 효도를 받지 못하고 우울증이 쌓인 부모님이 많아져서 노인 자살이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태극기 부대는 스트레스 해소로는 그만이다. 거대한 정치집단이 보호하고 있다는 자긍심도 생겨난다. 국회를 난입했는데 야당 대표가 승리라고 외치는 마이크를 잡고 응원한다.

태극기 부대가 해산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 오르면 모두가 교양이 넘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이것을 정신의학적으로 풀어준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2016년, 유족들이 어떤 서명을 받는 장소에 어버이연합이 닥쳐 기물을 부수고 유족에게 심한 욕을 하는 난동 현장에서 정혜신 의사는 회원 한 분에게 접근하여 현장 사태와 관계없는 접근을 하게 되었다.

“식사하셨습니까? 고향이 어디십니까?”라는 등 아주 인간적인 접근에 할아버지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오래전에 사별한 아내 이야기에 눈 밑에 방울이 비쳤다. 이렇게 옛날로 돌아가더니 자기를 돌봐 주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 이야기로 옮겨 간다.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까 엄마들(유족) 보고 욕한 것 부끄럽다고도 말했다. 사과를 고백하는듯한 의미의 말을 계속했다.

태극기 부대가 정치적 집단으로 단정할 수 없는 사실적 증거이다.

우리 정치가 노년층의 누적된 모멸감과 사회가 노년층을 용도폐기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리의 전통윤리와 접목된 포용하는 정책 개발에는 뜻이 없고 정치적으로 이용코자 하는 정치 수준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 부대와 같은 사태를 잠재우고 진정시키지 않으면 우리 사회 속에는 계속 태극기 부대가 자라나고 키워지게 된다.

태극기 부대가 젊은 기자에게 욕하고 젊은이에게 침을 뱉는 것은 정치적 원한이 맺혀서 그런 것이 아니다. 모멸감의 반사적 행위이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 우리 가족 공동체는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정책이나 교육 공감력 향상에 고민할 때이다.

정치적 이용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의 정치의식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정치권은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행복한 삶을 지켜줄 책무가 있음을 깊이 성찰해주길 바란다.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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