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 - 정, 정, 정 (박경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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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 - 정, 정, 정 (박경화 시인)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12.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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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 정

 

미운 정, 고운 정, 묵은 정

시골 와서 살아보니

그중에 묵은 정이 제일이더라

이 묵은 정 결속은

뼛속 깊이 묻혀 있는 거라서

어떤 것으로도 끊지 못하더라

반찬에 참기름, 깨소금 섞는 것처럼

고소한 냄새가 나도록

서로 흉을 보다가도

만나면 웃으면서

밥 묵고 가라고 붙잡는 묵은 정

 

사람들 심리가 하도 요상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다

묵은 정 발견

도시에선 앞뒷집도 잘 모르나

시골에선 미우나 고우나

한동네 살다 서로 마주치면

돌아서선 입을 삐죽거려도

보는 데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엎어진다

 

객지 사람들 어리숙하게

잘못 끼어들었다가

큰 낭패 보기 일쑤다

자기편인 줄 믿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니더라

결정적일 때는 그쪽으로 붙더라

그렇게 싸워 놓고도

아제야~ 아지매니껴~~

하고 잘만 지내더라

오히려 객지 사람 뻘줌해지고

입지만 난감해지더라

그러니 들어온 사람 적응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절반이라 카더라

 

이제 우리도

그사람 속이야 어떻든

우리 속이야 어떻든 간에 ㅎㅎ

아이고! 아지매 오셨니껴 ~

어서 오이소~ 식사하셨니껴~

연극을 해야겠다 그들만 하겠냐만

안돌아갈려면 그 수밖에 ...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니껴? ㅎ

 

옛날 경주 최부자댁의 가문 '육훈(六訓)', '육연(六然)'이 그립다.

 

 

*육훈(집안을 다스리는 여섯가지 지침)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육연(자신을 지키는 여섯가지 지침)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

 

박경화 시인
박경화 시인

 

박경화 시인 

청송읍 손뼉농원 대표
청송문인협회회원
청송 '시를 읽자'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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