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정, 정
미운 정, 고운 정, 묵은 정
시골 와서 살아보니
그중에 묵은 정이 제일이더라
이 묵은 정 결속은
뼛속 깊이 묻혀 있는 거라서
어떤 것으로도 끊지 못하더라
반찬에 참기름, 깨소금 섞는 것처럼
고소한 냄새가 나도록
서로 흉을 보다가도
만나면 웃으면서
밥 묵고 가라고 붙잡는 묵은 정
사람들 심리가 하도 요상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다
묵은 정 발견
도시에선 앞뒷집도 잘 모르나
시골에선 미우나 고우나
한동네 살다 서로 마주치면
돌아서선 입을 삐죽거려도
보는 데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엎어진다
객지 사람들 어리숙하게
잘못 끼어들었다가
큰 낭패 보기 일쑤다
자기편인 줄 믿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니더라
결정적일 때는 그쪽으로 붙더라
그렇게 싸워 놓고도
아제야~ 아지매니껴~~
하고 잘만 지내더라
오히려 객지 사람 뻘줌해지고
입지만 난감해지더라
그러니 들어온 사람 적응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절반이라 카더라
이제 우리도
그사람 속이야 어떻든
우리 속이야 어떻든 간에 ㅎㅎ
아이고! 아지매 오셨니껴 ~
어서 오이소~ 식사하셨니껴~
연극을 해야겠다 그들만 하겠냐만
안돌아갈려면 그 수밖에 ...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니껴? ㅎ
옛날 경주 최부자댁의 가문 '육훈(六訓)', '육연(六然)'이 그립다.
*육훈(집안을 다스리는 여섯가지 지침)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육연(자신을 지키는 여섯가지 지침)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
박경화 시인
청송읍 손뼉농원 대표
청송문인협회회원
청송 '시를 읽자' 모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