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견) - 청송사과 1억 매출 농가 1000호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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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견) - 청송사과 1억 매출 농가 1000호 달성?
  • 청송군민신문
  • 승인 2019.12.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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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86세)
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 회장(86세)

 

들녘 오곡이 농가로 들어가고 허허 들판에 찬바람이 스쳐 가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 그대로인데 어찌 농가의 온기는 이토록 차가운가?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새해는 농촌에 희망이 붉은 태양과 같이 솟아 올라오면 좋겠다.

 

12월이 되어도 사과 수확을 하지 않고 방치해버린 부남면 하속리 어느 사과밭
12월 3일 현재 사과 수확을 하지 않고 방치한 부남면 하속리 어느 사과밭

 

8년 전 청송군 군정계획에 “1억 농가 1000호 달성”이란 안건을 두고 주무 간부와 토론한 내용을 반추하며 미래의 농업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당시 군청 간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사과밭 3000평에 사과 2000상자를 수확했을 때 상자당 5만 원이면 1억이 된다는 계산이다. 산술적으로 맞는 말이다.

3천 평에 2천 상자 수확이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5만 원이란 가격이 보장될 것인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강원도의 사과밭 조성 지원책이나 경북 북부지역의 식재 면적이 해마다 증가하는 현실을 여러 통로의 정보로 인지하면서 군정 계획에 1억 농가란 꿈을 군민에게 안겨주는 군정 책임자를 지금에 와서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참담한 지난 일이다.

필자는 그 간부에게 "10년 이내에 청송이 휘청할 것이다"고 예단하고 말았다.

그 군정 보고를 청취한 필자의 후배가 봄에 사과를 심는 것을 보고 누가 권하던가 물으니 군정 보고를 듣고 결심했다고 한다.

"묘목상 부자 되게 하느라 애쓴다"라고 하고 말았다.

그 군정 보고가 청송에 과잉 식재를 부추기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가?

한 품목이 70%에 육박한다는 것은 농업경영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한 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군정이 앞서서 식재를 자제하도록 여러 정보를 제공해주고 우리 모두 대안을 찾는데 지혜를 모으도록 하자고 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군정이 군민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전 공직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지금쯤 대안을 찾고 실현에 한 발 올렸을 것이다.

선진국의 농업정책 발전과정을 보면 지자체의 피나는 노력과 고민이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 판단에 포인트를 제공했고 자신감을 준 사례는 너무 많다.

우리 속담에 “궁하면 통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이 청송에 간절한 애정을 갖고 행정을 했다면 1억 농가 운운하는 발상이 나올 수 없다. 사과농업을 차별화하고자 깊이 고민한 바가 있었던가?

쉽고 경제적 부담을 절감하는 방법, 비료 뿌리고 농약 뿌리는 경영은 지속성도 없고 품질 면에서도 차별화가 될 수 없다.

적지 선정부터 지도해야 하는데 사과나무의 부적지가 엄청나게 많다. 양질의 유기질 퇴비를 지속해서 공급해야 하는데 그런 공급계획도 없었다. 심은 거리와 방향이 사과나무가 만족해야지 농장주의 욕심에 맞추면 안 된다.

행정적 지도가 체계적이지 못했고 농장주의 주관적 판단으로 마구마구 조성된 과원도 많다.

우리 청송은 사과의 적지다. 이 특성만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해도 차별화된다고 판단한 것이 지난날의 군정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자치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성공적인 궤도에 진입된 지자체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인부재(人不在), 재부재(財不在)의 농촌현실이 지자체의 동력을 소멸시키고 있는 원인일 수도 있다.

다음 정부에 미래를 통찰하는 정치적 역량을 갖춘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으로 농업 회생이 국민 행복과 직결되는 철학임을 국정과제로 넣어주기를 간절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희망을 품고 우리는 청송의 미래를 찾는데 뜻이 모여야 한다.

바로 군의회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의회의 존립이 현실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찾는 일이 더욱 중차대함을 받아 들어야 할 위기가 아닌가 느껴진다.

미래는 막연한 기대나 허상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앞으로 변화될 사회를 어떻게 접합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원은 낮은 온도의 기후와 임야이다. 이 자산으로 부(富)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는 기계가 인력을 대신해 주니 웰빙 시대가 다가온다.

이 시대에 맞게 웰빙 식품, 웰빙 놀이와 쉼터, 도시인의 재충전을 도와주는 부담 없는 시설 등 우리가 웰빙 환경을 갖추는데 좋은 조건을 살리는 일이 지도자의 몫이다.

지금과 같이 단일품종 대량생산으로 한탕주의 심리를 행정이 부추기면 안 된다. 지역성과 개인 능력에 맞게 다품종(多品種) 소량생산을 주축으로 제값을 얻는 유통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 준비를 새해는 꼭 해야 할 과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새해엔 독자 여러분에게 소원이 이루어지고 건강과 기쁨, 가족공동체의 끈끈한 사랑과 정이 더욱 두텁고 알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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